|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43년 만에 성사된 '꿈의 매치'에서 역사에 남을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프리먼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며, 무엇보다 1903년 시작돼 120회를 맞은 월드시리즈 역사상 첫 끝내기 만루홈런을 다저스타디움에 아로새겼다.
1988년 월드시리즈가 떠오른다. 다저스는 그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3-4로 뒤진 9회말 2사 2루서 대타 커크 깁슨의 끝내기 홈런으로 5대4로 승리했다. 깁슨은 당대 최고의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가볍게 끌어당겨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관중석으로 넘겼다. 1차전을 잡은 다저스는 결국 4승1패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
|
유사점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두 홈런 모두 우측 관중석 중단, 비슷한 지점에 떨어졌고, 아웃카운트 2사 후에 나왔으며, 역전극의 시작이 볼넷이었다. 또한 추격하고 있는 홈팀에서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것은 역대 월드시리즈 3번째다. 1988년 깁슨, 2024년 프리먼 말고도 199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조 카터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5-6으로 뒤진 9회말 미치 윌리엄스로부터 끝내기 좌월 3점홈런을 날리며 8대6의 역전승을 이끌고 4승2패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FOX스포츠 중계를 맡은 조 데이비스는 "그녀가 떠나갔습니다. 기비, 프레디를 만납니다"라고 외쳤다. 다저스 중계의 전설 빈 스컬리가 1988년 깁슨의 홈런이 터지자 외친 코멘트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이다. 스컬리는 당시 "사실인 것 같지 않은 시즌에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며 다저스 팬들을 북돋웠다.
이날 다저스 승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공신'은 오타니다. 3번째 타석까지 무안타로 침묵하던 오타니는 1-2로 뒤진 8회말 1사후 우완 토미 칸레의 2구째 87.1마일 한가운데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월 2루타를 터뜨린 뒤 상대 유격수 앤서니 볼피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진루했다. 이 타구는 발사각 19도, 113.9마일(183㎞)의 속도로 날아 우익수 후안 소토의 머리를 넘어 펜스 상단을 때렸다.
|
결국 이날 경기는 다저스 MVP 트리오가 합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회말 오타니의 2루타와 베츠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이룬 뒤 연장 10회말 오타니의 난해한 파울플라이 덕분에 주자들이 한 루씩 진루한 뒤 베츠가 고의4구를 얻을 수밖에 없었고, 프리먼이 경기를 끝내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세 선수의 합계 몸값만 해도 12억2700만달러(약 1조7061억원)에 이른다. 다저스가 이들을 끌어모은 이유가 극명하게 연출된 경기였다.
오타니도 감격스러워했다. 경기 후 "위대한 홈런 덕분에 우리는 첫 경기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승리했다. 양팀 선발투수들이 너무 잘 던졌고, 투수들을 포함해 좋은 경기를 해줬다. 이 승리를 계기로 내일도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