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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SSG 랜더스전 등판 이후 일주일 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고영표라 짧게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던지는 건 큰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고영표는 28일 키움전에서 4회 2사 1, 2루에 등판해 지난해 4월 2일 수원 LG 트윈스전 이후 545일 만의 불펜 등판이 성사됐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였다. 그렇지만 고영표가 9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팀이 1-6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등장한 고영표는 올 시즌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며 5이닝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등판 이후 8회까지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벌인 고영표는 9회 선두타자 박수종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두 타자를 잘 처리해서 2사 2루를 만들었고, kt 벤치는 경기를 완전히 매조 짓기 위해 고영표 대신 마무리 박영현을 올렸다.
박영현이 송성문에게 안타를 맞고 고영표의 책임 주자가 홈을 밟은 게 이날 고영표에게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kt가 10-7로 승리해 최소 정규시즌 공동 5위를 확보한 뒤 취재진과 만난 고영표는 "승리해서 기분 좋고, 좋은 투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경기 끝나고 계속 준비하고 있어서 더 좋은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고영표 역시 이렇게 길게 던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SSG 랜더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팀을 가리기 위한 '5위 결정전'이 성사될 경우, 고영표가 선발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SSG가 29일 인천 키움전에서 승리하면 성사되는 5위 결정전은 다음 달 1일 수원에서 열린다.
이날 5이닝을 던진 고영표는 예정대로 5위 결정전에 등판하면 고작 이틀만 쉬고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고영표는 "4회 마치고 감독님이 '길게 갈 수 있으니까 생각하고 있어라'라고 하셨다. 밸런스가 좋아서 길게 던졌다"며 "내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 이기는 게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아서 승리에 기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판) 결정은 감독님이 하고, 나는 나가면 잘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5위 결정전에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면 나가서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올 시즌이 장기 계약 첫해인 고영표는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6월에야 복귀했다.
올해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6승 8패 평균자책점 4.95로,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선발 투수치고는 아쉬운 수치다.
그래도 고영표는 최근 선발로 등판했던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로 호투했고, 이날 정규시즌 최종전도 잘 던졌다.
고영표는 "부상 때문에 늦게 시작해서 컨디션도 늦게 올라온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쉽다. (ABS 도입 등) 변화한 리그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끝나고 돌아보면서 교정도 하고,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