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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올해 만큼은 피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피지컬 문제는 의지만 가지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커쇼는 "정말 내려가기 싫었다. 다른 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엇을 했든 발가락 문제를 편하게 떨쳐버릴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정말 좌절감을 느낀다(super frustrating)"고 말했다.
커쇼의 엄지 발가락 부상은 '골극(bone spur)'으로 인한 통증이다. 골극이란 뼈의 가장자리에 자란 뼈를 말하는데, 커쇼의 경우 2년 전부터 엄지 발가락 뼈에 생겨 통증을 유발해 왔다. 이전에는 예방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최소화했는데, 이번에는 증상이 심하다고 한다. 로버츠 감독은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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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커쇼는 다저스의 상징이다. 언제든 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는 그가 또다시 IL 신세를 지게 된 건 구단으로서도 마음 아픈 일이다.
지난해 11월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8개월에 걸친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커쇼는 7경기에서 30이닝을 던져 2승2패, 평균자책점 4.50, 9볼넷, 24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7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는 딱 한 번 뿐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서 13승5패, 평균자책점 2.46을 마크하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한 듯했던 그는 애리조나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1회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6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한 뒤 어깨 부상이 발견돼 수술 날짜가 잡혔다. FA 신분으로 다저스와 어렵게 재계약한 그는 전반기 재활을 거쳐 지난 7월 3차례 마이너리그 등판을 마치고 복귀했다. 스스로도 건강하게 돌아왔다고 믿고 있었다.
커쇼의 최근 3년간 부상 일지를 보자. 2021년 7월 초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9월까지 IL 신세를 진 뒤 10월 초에는 왼팔에 이상을 호소하며 포스트시즌 명단서 제외됐다. 2022년 5월에는 둔부 천장관절염증(SI joint inflammation), 8월에는 허리 부상으로 각각 IL에 올랐다. 작년에는 여름부터 왼쪽 어깨가 말썽을 일으키더니 가을야구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커쇼는 2016년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IL에 올랐다.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2019년이 마지막이다. 단축 시즌인 2020년 10경기에서 58⅓이닝을 던졌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한 두 차례씩 심각한 부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21년 시즌을 마친 뒤로는 매년 FA 자격을 얻고도 1년짜리 계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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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 감독의 예상대로 오는 16일 IL에서 해제되면 남은 시즌 3차례 선발 등판이 가능해 10경기를 채울 수 있다.
커쇼는 26세 이전 사이영상을 3번, MVP 1번을 수상했고, 이후에도 7번의 월드시리즈 등판 및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해볼 건 다 해봤다. 통산 10번의 올스타와 212승과 평균자책점 2.50의 성적. 다만 통산 3000탈삼진에 32개를 남겨놓고 있어 올해 욕심을 부리려 했는데, 현재로선 기록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그가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그건 3000탈삼진 때문은 아닐 것이다. 커쇼는 "건강한 몸으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은퇴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런데 몸이 또 말썽이다. 본인 의지로 내년 선수 옵션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건 커쇼의 방식이 아니다.
현재 양 리그를 합쳐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팀의 행보와 상관 없이 커쇼는 이번 겨울 또 은퇴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