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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포츠의 세계에서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고 행운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명제는 모든 종목을 망라하며, 특히 팀 스포츠에서 동료 선수들 간의 관계를 냉철하게 규정해준다.
그런데 다저스는 베츠 이탈 후 처음 치른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9대5로 이겼다. 오타니 쇼헤이가 리드오프로 나섰다. 베츠의 부상이 발생하던 날 예상됐던 바다. 오타니는 5타석에 들어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를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베츠의 이탈이 오타니에게 기회인 것은 리드오프로 자신의 또 다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타니와 베츠는 올시즌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뭉친 타선의 '원투 펀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셔널리그(NL) MVP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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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레퍼런스 WAR(bWAR)에서는 베츠가 3.9로 NL 2위, 오타니가 3.8로 3위인데, 이 순서도 곧 바뀐다. NL bWAR 1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루수 케텔 마르테다. 마르테는 수비 bWAR이 1.3으로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MVP 투표에서 수비력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지금 NL MVP 1순위 후보를 뽑으라면 오타니 혹은 베츠다. 여기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지명타자 마르셀 오수나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1루수 브라이스 하퍼를 추가할 수 있다.
MLB.com이 18일 42명의 소속 기자와 해설위원을 대상으로 한 양 리그 MVP 모의투표 결과를 게재했다. 오타니가 28명의 1위표를 받아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어 하퍼가 1위표 9개로 2위, 오주나가 6개의 1위표로 3위에 랭크됐다. 4위는 밀워키 브루어스 포수 윌리엄 콘트라레스, 그리고 베츠가 5위로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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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적만 놓고 평가한다면 오타니는 NL 최고의 선수라 할 만하다. 18일 현재 타율(0.314) 4위, 홈런(19) 2위, 타점(47) 공동 7위, 득점(55) 1위, 도루(16) 공동 6위, 출루율(0.388) 6위, 장타율(0.601) 2위, OPS(0.989) 2위, 장타(41) 1위, 루타(170) 1위다. 모든 부문서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오타니 말고 내가 더 MVP답지 않은가?'라며 갸우뚱할 선수가 있다. 바로 NL 홈런, 타점, 장타율, OPS 1위 오주나다.
20홈런, 62타점, 장타율 0.611, OPS 1.003을 마크 중인 오주나는 MLB.com 모의투표에서 3위에 머물렀다. 타자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홈런과 타점, OPS 1위 선수가 왜? 여기에 오주나는 타율도 0.321로 무려 3위다. 1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이스 아라에즈(0.322)와 불과 1리 차이다. 다시 말해 타격 트리플크라운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선수의 종합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WAR에서 오주나는 오타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bWAR은 2.7로 9위, fWAR은 2.8로 7위다. 오주나가 WAR서 오타니에 크게 뒤지는 것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인 타석을 비롯해 득점, 도루 등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오주나는 세이버 매트릭스로 평가할 수 있리 승리 공헌도가 오타니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물론 WAR이 MVP 후보 평가시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MLB는 이날 올스타 1차 팬투표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NL 지명타자 부문서 오타니는 100만2377표를 얻어 오주나(47만8538표)에 두 배 이상의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이 차이가 줄어들 지는 알 수 없으나, 오주나에게 오타니는 아직 '동경'의 대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