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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6년 전 베이징에서 같은 목표를 두고 승리의 눈물을 흘렸던 사이. '적장'이 됐지만 존중은 잊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김경문 감독은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었고, 이 감독은 4번타자 중책을 맡았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예선전에서 1할대 타율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승엽 감독을 중심타선에서 끝까지 빼지 않고 믿었다. 결국 일본과의 4강전에서 2-2로 맞선 8회말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이 감독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1회초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렸고, 한국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 신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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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현역 생활을 한 이 감독은 어느덧 2년 차 상대팀 사령탑으로 마주섰다.
비록 냉정한 승부의 세계였지만, 두 사람에게 2008년 베이징은 잊지 못할 영광의 순간으로 남았다. 이 감독은 "항상 감사한 감독님"이라며 "(김경문 감독과 맞대결은) 상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감독 하마평에도 항상 오르셨던 만큼, 언제든 복귀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팀에서 뵐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진짜 현실이 됐다"며 웃었다.
김 감독 역시 "이승엽 감독을 뵈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 너무 반가웠다. 승부는 해야겠지만,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라며 "준우승 한이 많았는데 이승엽 감독 덕분에 승리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는 굉장히 기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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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영광의 순간'을 떠올렸지만, 승부 앞에서는 양보가 없다. 이 감독은 "지금은 상대팀이니 냉정하게 팀을 위해서 100% 집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김 감독이 선수와 사령탑을 모두 시작한 고향 같은 '친정' 팀. 김 감독은 "두산에 있으면서 베이징올림픽 감독이 됐다. 그 때를 생각하면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러나 이제는 한화 감독"이라며 "한화가 좋은 팀에게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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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구단에서 이렇게 결정해줘서 현장으로 올 수 있었다. 900승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한화에서 이렇게 나를 믿고 불러주셔서 승리할 수 있게 돼 고맙다. 두산에서 처음 감독을 했다. 두산에서 믿어준 덕분에 발판이 돼서 지금까지 감독을 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스태프도 그렇고 팬도 그렇고 고마운 사람이 많다. 나 혼자서 되는 건 아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