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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은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은 세부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볼을 고르는 능력과 실투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 모두 선구안에서 비롯된다. 김하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8번타자로 출전해 4타석에서 적시타와 희생플라이, 볼넷 2개를 기록했다. 소위 말해 모든 타석이 '영양가 만점'이었다.
발사각 13도, 타구속도 106.6마일(172㎞), 비거리 333피트짜리 대형 타구였다. 타구가 워낙 빨라 김하성은 2루까지 내달리다 태그아웃됐지만, "하성 킴"을 외치던 샌디에이고 팬들은 2루 슬라이딩 후 벗겨진 헬멧을 주워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가는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하성은 에스테스가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진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적극적인 타격이 필요한 득점권 상황에서 모처럼 강력한 안타를 날린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2-1의 리드를 잡은 뒤 결국 6대1로 승리해 김하성의 4회 적시타가 결승타가 됐다.
김하성은 5-1로 앞선 7회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1사 만루서 우완 미첼 오타네즈의 2구째 98.9마일 가운데 높은 코스의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3루주자 도노반 솔라노를 불러들였다. 타구속도 99.6마일, 비거리 383피트로 상대 중견수 JJ 블리데이가 펜스 앞 워닝트랙에서 겨우 잡았다. 펫코파크 가운데 펜스 거리가 396피트이니, 13피트 이상 더 날았다면 만루홈런이 됐을 대형 타구였다.
역시 득점권 찬스에서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은 적극성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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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눈이 빛난 타석은 6회였다. 상대 좌완 션 뉴콤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2B2S에서 6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파울로 쳐낸 김하성은 7구 슬러브를 볼로 고른 뒤 8,9구 스트라이크존을 날아드는 90마일대 중반의 직구를 연속 파울로 걷어냈다. 뉴콤으로선 더이상 던질 곳이 없었는지 10구째 77.9마일 느린 커브를 바깥쪽 높은 볼로 던진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현재 김하성은 타율 0.223(233타수 52안타), 9홈런, 34타점, 35득점, 39볼넷, 14도루, 출루율 0.335, 장타율 0.399, OPS 0.734를 마크했다. 눈에 띄는 지표가 바로 볼넷이다. 전날까지는 주릭슨 프로파와 팀내 공동 1위였다 단독 1위로 나섰다. 중심타자나 테이블세터도 아닌데 걸어나간 회수가 가장 많다.
내셔널리그(NL)에서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거포 카일 슈와버(47개), LA 다저스 리드오프 무키 베츠(45개), 필라델피아 필리스 간판 브라이스 하퍼(41)에 이어 다저스 컨택트히터 프레디 프리먼과 공동 4위다.
내셔널리그에서 30볼넷 이상을 고른 18명 중 주로 하위타선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김하성이 유일하다. 김하성은 올시즌 5번타자로 19경기, 6번타자 13경기에 나섰고, 7~9번 타자로는 37경기에 출전했다.
김하성의 올시즌 삼진율은 15.9%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낮은 반면 볼넷율은 14.1%로 가장 높다. 하드히트 비율과 배럴 비율은 각각 35.9%, 4.3%로 역시 커리어하이인 반면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미는 체이스 비율은 18.3%로 커리어 최저다. 볼을 참아내는 능력이 NL에서 6위다. 다시 말해 공을 고르는 능력이 6번째로 좋다는 뜻이다. 참으로 희한한 8번타자가 아닐 수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