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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신시내티 레즈 '괴물' 유격수 엘리 데라크루즈는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하나 갖고 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거들의 메이저리거'다. 타자로는 홈런 30~40개를 거뜬히 치고, 투수로는 100마일 직구를 마구 뿌리며 에이스로 군림하는 '만화' 속 주인공을 현실에서 본다는 건 그들에게도 영광이기 때문이다.
현지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이 11일 오타니와 관련한 또 다른 재밌는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Who is the best player in baseball?)'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참가자 102명 가운데 46.1%인 47명이 오타니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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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선수는 "쇼헤이 루스 혹은 베이브 오타니, 의심의 여지는 없다"고 답했다. 즉 투타에 걸쳐 최고의 기량으로 겸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작년, 두 차례 AL MVP에 올랐다. 역사상 두 차례 MVP를 모두 만장일치로 차지한 것은 오타니가 처음이다.
'5월의 선수'로 뽑히는 등 시즌 초 부진에서 벗어나 AL MVP를 향해 질주 중인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도 지난 10일 다저스에 역전승을 거둔 뒤 오타니를 '최고의 선수'로 치켜세웠다. 그는 "굉장한 선수다. 야구장 모든 방향으로 공을 날려버린다. 건강하면 피칭까지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다. 또 그는 짧은 플라이에도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야구장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밝혔다. 오타니의 공수주 능력을 모두 언급한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라는 답은 피할 수 없다. 그를 가까이에서 꾸준히 보는 선수들조차 오타니의 광채는 여전히 닳지 않았다'며 '많은 선수들은 오타니가 진실로 최고의 선수라고 답하면서도 너무 뻔한 이유를 대는 게 두려워 좀 색다른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동서부를 오가며 명문 구단들과 만나 협상할 때 상당히 짙은 연막 작전을 폈다. 다저스를 정해놓고 다른 구단들을 들러리로 세워놓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각 팀 선수들은 오타니와 동료가 되는 걸 상상하고, 그가 방문한 지역의 팬들은 '혹시나 우리 팀에?'라는 기대를 걸었을 지도 모른다.
다저스와 맺은 계약 규모가 10년 7억달러나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실제 돈을 10년 뒤 받는다는 '지급유예'는 그 누구도 상상 못한 조항이다.
당시 디 애슬레틱은 'FA 오타니가 어느 팀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약 60%의 선수들이 '다저스'라고 답했지만, 다른 선수의 계약에 민감한 선수들도 총액이 7억달러에 이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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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한 달 가까이 슬럼프를 겪고 있다. 지난달 17일 신시내티전에서 1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상대 투수 브렌트 수터의 견제구에 왼쪽 햄스트링을 맞고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205, 3홈런에 그쳤다. 홈런, OPS, 장타율, 루타 등 5~6개 부문 1위 자리를 모두 저지에 빼앗겼다.
투수로는 한 시즌을 쉬기 때문에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 NL로 옮겨서도 MVP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는 틈틈이 피칭 재활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홈런왕이 아니라도, MVP가 아니라도 그가 피칭을 재개하면 '최고 선수'의 위치는 다시 확고해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