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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보여주고 싶었다. 잘해보고 싶었다. 내가 144경기 모두 1군에서 살아남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 와중에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시즌초부터 김태형 감독의 굳건한 신뢰 속에 단한번의 1군 엔트리 말소도 없이 붙박이로 버티는 타자가 두 명 있다. 외야의 윤동희, 그리고 내야의 박승욱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입지는 전혀 다르다. 윤동희는 시즌 전부터 김태형 감독이 전준우, 유강남과 함께 팀의 중추로 못박은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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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12년 프로 데뷔 이래 12년만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타율 2할8푼6리, OPS(출루율+장타율)가 0.733에 달했다. 123경기 출전도, 290타석도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그래서 올시즌 초 부진은 아팠다. 4월까지 타율 1할7푼1리, OPS가 0.567에 머물렀다. 번번이 범타에 그쳤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수비도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5월부턴 전혀 다르다. 5월 타율은 3할4푼4리, 6월 타율은 3할4푼6리에 달한다. 6월 월간 OPS는 어느덧 0.900에 달한다.
9일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박승욱의 활약은 빛났다. 3타수 2안타 1타점, 이 1타점이 2-2로 맞선 상황에서 나온 결승타였다.
경기 후 만난 박승욱은 결승타 순간에 대해 "실투 2개가 있었는데, 둘다 파울이 됐다. '더블헤더라 반응이 늦나?' 걱정했는데, 다음 공은 놓치지 않았다"며 미소지었다.
1군 엔트리 말소가 없다는 사실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박승욱은 "감독님 믿음에 보답하고자 항상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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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커리어하이에 대해 '반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시즌초 부진할 때 박승욱에게 쏟아진 화살이 바로 그랬다. 박승욱은 "보여주고 싶었다. 해보고 싶었다"며 스스로 다짐했던 나날들을 돌아봤다.
"평가는 시즌 끝나고 받는 거잖아요? 지금은 신경쓰지 말자. 144경기 끝나고 보자. 시즌 내내 1군에서 살아남겠다. 그럼 나를 인정하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올시즌 유독 2루 유격수 3루를 바쁘게 오갔다. 하지만 박승욱은 "실전에 뛴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며 씩 웃었다.
롯데 이적 첫해에는 독수공방이었다. 작년부터 부산에 집을 마련하고 아내, 아이와 함께 살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가족은 박승욱의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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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아직 8위에 머물고 있지만, 선수단에는 힘이 붙었다. 박승욱은 "분명히 달라졌다. 1점차 2점차 승부에서 이겨내는 모습이 나오지 않나.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붙는다"면서 "(황성빈 고승민 나승엽 윤동희 등)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인데, 잘 이겨내길 바란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