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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사 만루. 경기 초반의 절대적 위기. 전혀 풀지 않은 몸. 투수가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정도일까.
최이준은 등판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해 "몸은 아예 안 풀고 올라갔다"라고 돌아봤다.
"오늘 불펜 대기조였으니까, 시합 전에 스트레칭을 한 정도였다. 반즈가 그때 빠질 거란 예상을 전혀 못했으니까. 등판 준비는 하나도 안된 상태였다. 타자가 누군지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유)강남이 형 사인대로만 던졌다."
위기를 넘긴 롯데는 3회말 2점을 따내며 승부를 뒤집었고, 5회 이후 원태인과 삼성 불펜을 몰아치며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최이준은 "정말 뿌듯하다. 오늘까진 이 기분을 즐기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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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게 살짝 손톱이 들렸는데, 참고 던지려고 했다. 그런데 '타자를 잡아야한다'하고 힘주어 던지려다보니 손톱이 더 들렸다. 강남이 형이 눈치채서 바뀌게 됐다. 1년에 한번 정도는 있는 일이다. 하루 쉬면 낫는다."
'잘 막았다'는 선후배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래도 계속된 위기. 다음 투수는 베테랑 김상수였다. 최이준은 '상수형 막아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김상수가 2⅓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 뒤론 구승민 전미르 최준용이 깔끔하게 이어던졌다.
수훈 선수로 뽑힌 최이준은 팬들과의 만남에서 갑자기 현란한 춤을 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이준은 "창피하다. 평소엔 이런 끼를 숨기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정도는, 우리 팀이 이겼으니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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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위기는 종종 있었지만, 그러다보면 또다른 산이 있더라. 그 산을 계속 넘다보면 더 좋은 결과,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