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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몬스터가 돌아왔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멈춰진 KBO리그에서의 승리 시계를 돌리기 시작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98승을 거둔 류현진은 2012년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거둔 뒤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
12년 만에 KBO리그에 오면서 '몬스터의 귀환'을 알렸지만,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3경기에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은 악몽으로 남았다. 70구 이후 급격하게 구위가 떨어지고 제구까지 흔들리면서 4⅓이닝 동안 9실점을 했다. 프로 데뷔 이후 최다 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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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화 감독은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최 감독은 "70구에서 100구 사이 구간 적응은 류현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이 아직까지 적응 단계다. 그 구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우려할 건 아니다. 5월 정도 가는 과정에서 그러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데 다른 투수도 도 마찬가지"라며 "아직까지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했다.
아울러 혹시나 무너질 경우도 대비했다. 최 감독은 지난 키움전에 대해 "류현진이 갑자기 난타당하는 바람에 불펜 투수가 몸을 풀 시간이 부족했고 교체 타이밍을 놓쳐 실점이 늘어났다"라며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최 감독은 "다음 경기부터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두산전에서는 조금 더 빠르게 벤치도 움직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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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한 류현진은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력을 살리며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날 두산은 김태근(중견수)-허경민(3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양석환(1루수)-박준영(유격수)-장승현(포수)-김대한(우익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두산 타선은 류현진을 상대로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류현진과 함께 인천에서 야구를 한 김재환은 "나도 (류)현진이 형과의 맞대결이 궁금하다"라며 "현진이 형과는 같은 지역 출신이다. 그런데 고교 시절에도 플래툰 때문에 한 번도 못 쳐봤다. 처음 만나 설렌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상대한 기억이 있는데 엄청 강렬했다. 지금도 커브가 정말 좋지만 그 때도 커브는 내 머릿 속에 있다"라고 맞대결에 대한 설렘을 내비치기도 했다.
'동갑내기' 두산 포수 양의지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다시 와서 같이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라며 "열심히 하려고 한다. (류)현진이도 많이 답답한 거 같은데 지금 현진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중요하다. 우리도 마이너스를 빨리 플러스로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총 94개의 공을 던졌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직구(32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8㎞가 나온 가운데 체인지업을 31개를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커브(19개)와 커터(12개)가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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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말에도 류현진의 피칭은 안정감을 더했다. 선두타자 김재환을 뜬공으로 잡은 뒤 강승호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다. 양석환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첫 볼넷을 내줬지만 ,박준영을 상대로 2B에서 연속으로 5개를 체인지업 승부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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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말 2사 후 볼넷을 내줬지만, 실점을 하지 않은 류현진은 70구가 넘자 첫 고비를 맞았다. 5회말 2사 후 김기연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안타가 됐다. 4⅔이닝 노히트 행진이 끝나는 순간. 그러나 김대한과 9구의 승부 끝에 낮게 떨어진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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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투구수 94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2-0으로 앞선 7회말 장시환과 교체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타선은 총 2점을 지원했다 1회초 선두타자 최인호가 2루타를 쳤고, 이후 노시환의 안타가 나왔다. 3회초 채은성의 볼넷과 안치홍의 적시 2루타로 2-0을 만들었다.
승리 요건을 갖춘 류현진에게 불펜진은 마지막 조각을 채워줬다. 류현진 이후 장시환(1이닝)-한승혁(1이닝)-주현상(1이닝)이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를 지켰다.
한화 타선은 8회초 쐐기점을 냈다. 2사 후 채은성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폭투로 2루를 밟았다. 이후 안치홍의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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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최 감독은 "류현진이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주면서 복귀 첫승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 정말 노련한 피칭이었다. 불펜에서도 장시환, 한승혁, 주현상이 좋은 구위로 승리를 지켜줬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은 이어 "타격에서는 안치홍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최근 컨디션이 오르는 모습이었는데 오늘도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타격으로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긴 타격을 한 안치홍 역시 "팀이 연패중이었는데 그걸 끊어낸 것이 좋고, 그 과정에서 내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시즌 초반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점차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시즌 초반보다 점차 결과가 좋아지고 있어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우리 팀이 시즌 초반 연승과 연패를 왔다갔다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아직 개의치 않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테니 팬 여러분도 지금처럼 크게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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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변화를 주려고 (이발을)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은 첫 승 소감에 대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한 이닝에 집중적으로 실점이 이어지면서 매경기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 넘긴 거 같다"고 했다.
지난 키움전에 대해 "당일에만 충격을 받았다. 다음 경기는 다음 경기고, 초반이니 빨리 잊으려고 했다"고 했다.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은 사우나에서 다시 한 번 심기일전을 했다. 류현진은 "나로 인해 연패가 시작됐다. 오늘 경기 전 호텔 사우나에서 수석코치님께 '잘못 시작됐으니 (연패를) 끊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돼서 좋았다.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계속 말썽이었는데 다르게 던지면서 잘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직구 구위에 대해서는 "몸은 개막전부터 괜찮았다. 제구의 문제였다. 제구를 신경쓴 게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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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자의 실책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히 표정 관리가 안 된 거 같다. 중심타선이어서 더 집중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두 타구가 모두 페라자에게로 갔다. 페라자도 더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나보다 집중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초반 호수비 등에 대해서는 "선발 투수 입장으로는 감사하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도 있다. 페레자 빼고 좋은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6회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에게 3루 한화 팬들은 류현진의 이름을 연호했다. 류현진은 "진작 들었어야 했다"라며 "오늘 경기 후가 좋았다. 요즘 한화 팬들이 홈, 원정없이 찾아주고 응원해주서 우리 선수들도 그만큼 집중해서 계속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거 같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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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