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바람의손자'가 '거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26)가 장도에 나섰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키움에서 7시즌 뛰면서 커리어 통산 타율 3할4푼을 기록, 이 부문 1위다. 65홈런 5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0.898에 달할 만큼 출루 능력과 장타력까지 갖췄다. 특히 2022년에는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
MLB닷컴은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키워드로 '이정후의 타율'을 지목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닷컴이 예상한 이정후의 올해 성적은 타율 2할9푼1리, OPS 0.785다. 빅리그 타율 톱10 안에 드는 성적인데다, 9.1%의 삼진율은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
|
- 출국 소감이 궁금하다.
항상 팀원들과 함께였는데, 동료들 없이 혼자 가는 출국길이다.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고, 인터뷰를 하려니 이제 좀 실감이 난다. 기분이 묘하다.
- 비시즌 동안 어떤 노력을 했나. 구단 스프링캠프 시작일보다 일찍 출국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한 2주전에 나갔어도 되는 상황이었다. 이제 야외 기술훈련만 남았다. 몸상태 너무 좋고, 수술한 부위 상태다 아주 좋다. 실전 감각만 익히면 된다.
그래서 따뜻한 곳에서 가능한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구단에서도 구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줬다. 또 새로운 동료들도 만나야하고, 훈련 시설도 잘 모른다. 내일부터 애리조나의 구단 시설에서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먼저 가서 경험해보고, 동선도 익히고 싶다. 마음가짐은 이미 실전에 가깝다. 야구만 하면 된다.
- 미국 현지에서 호의적인 예측이 많은데.
아직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미국 무대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예측대로)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기록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
그냥 몸 건강히, 조심히 다녀오라 하셨다. 아버지도 곧 (미국)연수 계획이 있으시니까, 아마 함께 생활할 것 같다. 어머니는 미역국이랑 소고기 해주셨고, '잘하고 오라'고 하셨다.
- 영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
미국에서 훈련할 때 통역 형이 안 붙었었다. 과외를 좀 받았다.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더라. 더 공부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 김하성이 '이정후 봐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당연하다. 경기할 때 사적인 감정은 없다. 나도 (김)하성이 형이 치는 공은 이빨로라도 잡겠다. 다행히 캠프지(애리조나)가 가깝다. 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올해 좋은 성적 내셨으면 좋겠다.
|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거다.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날 맞추지 않는한 두려울 것은 없고, 타석에선 '이런 공도 있구나'하는 생각하면서 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선수는
역시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아닐까.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지만, 리그에서 만나면 다른 느낌일지 궁금하다.
- 계약 총액이 1억 달러가 넘는다. 상징적인 숫자인데,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없나.
하성이 형이 잘해서 내가 좋은 대우를 받았다. 내가 잘해야 또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책임감은 좀 있다. 많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잘해야한다? 그런 부담감은 없다.
|
키움 숙소랑 15분 거리다. 우리 집에 놀러오기로 했다. (김)혜성이도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7년간 야구하면서 혜성이처럼 성실하고 목표만 바라보고 하는 선수는 본적 없다. 부상만 안 당하면 된다.
- KIA 감독설에 대한 아버지 반응은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라서…한 팀의 감독 자리인데 내가 감히 얘기할 입장도 아닌 거 같다. 매번 이렇게 얘기가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연락이 온 건 없는 것 같다. 아버지 인생이니 잘 결정하시지 않을까.
- 첫 데뷔할 와 지금 인천공항의 기분을 비교한다면
데뷔할 때가 더 떨린다. 그땐 말 그대로 프로 선수로서의 첫 시작이니까.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크다.
- 처남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도 한마디.
함께 꿈꿔온 무대니까,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 거긴 하성이 형이 있으니 적응하는데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
1주일전에 감독님, 타격코치님, 전력분석팀장님까지 해서 줌(온라인) 미팅을 한번 했다. '네가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주겠다. 편하게 해라. 한국에서처럼 하면 된다. 널 도울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하셨다.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 오늘 공항까지 나와준 팬들에게 한마디.
정말 감사드린다. 또다른 도전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처럼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은퇴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인천공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