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 매고 가도 되는데…" 42억 계약의 끝 해, 유니폼 바꿔 입은 FA거포의 정장, 그리고 버건디 넥타이[무로이칼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4-01-11 10:46


"안 매고 가도 되는데…" 42억 계약의 끝 해, 유니폼 바꿔 입은 FA…
2018년 골든글러브 당시 최주환. 스포츠조선D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작년 12월 메이저리그의 새 팀에 입단하게 된 이 세 선수는 모두 팀을 상징하는 색깔의 넥타이를 매고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KBO 리그에서도 그런 선수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22일 2차드래프트로 키움 히어로즈 지명을 받은 최주환(전 SSG 랜더스)이다. 그는 키움 구단을 찾아갔을 때 양복을 입고 '바건디 색' 넥타이를 맸다.

KBO리그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선수의 구단 이적 시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 선수가 정장을 입고 구단을 방문할 기회는 거의 없다.

일본(NPB)의 경우 이적 뿐 아닌 연봉 협상 시에도 선수는 넥타이를 매고 구단 사무실로 간다. KBO리그에는 없는 문화다. KBO의 경우 사진촬영이 필요할 때 정장이 아닌 구단 점퍼를 입고 단장이나 사장과 악수를 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이다. 그런데 최주환은 왜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맸을까.

"키움 구단 매니저로부터 '세미 정장 차림으로 오세요' 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넥타이까지 매지 않아도 되는데 키움은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또한 고형욱 단장님이 저를 영입했을 때 '정말 행운이었다' 고 말씀해 주셔서 감동받았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팀 컬러의 넥타이를 맸습니다."


"안 매고 가도 되는데…" 42억 계약의 끝 해, 유니폼 바꿔 입은 FA…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다. SSG 최주환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22/

"안 매고 가도 되는데…" 42억 계약의 끝 해, 유니폼 바꿔 입은 FA…
키움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그 넥타이는 이번에 새롭게 준비된 것이 아니었다. 최주환에게 특별히 애착이 있는 넥타이였다.

"2018년 때 연애 중이던 와이프에게서 선물 받은 넥타이입니다. 운동선수라 정장을 입을 기회는 많지 않는데 필요할 때 마다 그 넥타이를 맨 것 같습니다."


실제 최주환은 2018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도 그 바건디 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2차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는다는 것은 구단의 보호선수 35명에서 제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에게는 결코 기쁘지 않은 일이다.


"안 매고 가도 되는데…" 42억 계약의 끝 해, 유니폼 바꿔 입은 FA…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말 무사 1루 SSG 최주환이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22/
최주환은 2차드래프트의 결과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SSG에서 미리 사정을 듣고 있었고, 세대교체를 하는 팀에서 경기에 나갈 기회가 줄어드는 것 보다 오히려 2차드래프트로 다른 팀이 선택해 주시면 제 가치가 높아질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 시즌 키움은 최하위인 10위. 주전 선수인 이정후가 빠지고 성장 과정에 있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경험이 있는 고참의 힘이 필요한 팀이다. 올해 36살이 되는 최주환은 "키움은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고 느낍니다. 젊은 팀 안에서 부드러운 선배로 후배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게끔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주환은 새로운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야구선수에 필요한 파워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20홈런 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운동 덕분인 것 같습니다."

최주환에 있어서 3번째 팀이 되는 키움. "생각 이상으로 저는 바건디 색 유니폼이 잘 어울립니다".

사랑하는 파트너가 준비한 바건디 색 넥타이는 6년의 세월을 지나 새로운 결의의 상징적 아이템이 됐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