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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필승조가 돌아왔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12-05 09:27 | 최종수정 2023-12-05 09:51


"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
인터뷰에 임한 박진형은 "이거 들고 찍어도 되냐"며 롯데 제품인 생수를 손에 든채 포즈를 취했다.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를 하니까 하루하루가 행복하네요. 그동안은 '난 지금 뭘하는 거지' 싶었거든요."

11년간 단 1번. 그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필승조가 돌아왔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29)은 지난 11월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16~2017년 최고의 2년을 보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의 소금 같은 존재였다.

특히 2017년 후반기에는 31경기에 등판, 3승1패 10홀드2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했다. 마무리 손승락의 앞을 지킨 철벽 필승조였다. 이해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을 맛보고 있다.


"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2017년, 동료들과 환호하는 박진형. 스포츠조선DB
근무지는 지하철이었지만, 교대근무는 아니었다. 종합 업무를 맡은 덕분에 퇴근 후 운동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야구장이 아닌 지하철이나 거리의 인파 속에서 일하다보면 혼란과 속상함이 밀려왔다. 박진형 스스로 "기분이 이상하고, 멘털이 안 좋았다"고 회상할 정도다.

특히 롯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몰려가는 팬들을 볼 때마다 더욱 그랬다. 올해 4~5월은 박진형이 본 롯데 최고의 2개월이었다. 그는 "롯데가 잘해서 좋은데, 내가 없는 롯데니까 한편으론 싱숭생숭했다"며 웃었다.


근무처가 부산이다보니 알아보는 사람도 많았다. 박진형은 "불편함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솔직히 감사한 마음이 훨씬 크다"면서도 "사진 요청하시면 (조끼를)잠깐 벗었다 다시 입곤 했다. 롯데 유니폼은 아니라도 그런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진 않았다"며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
롯데 박진형. 스포츠조선DB
"나는 야구장에 있어야하는데, 하는 부끄러움이 있었다. (이)대호 선배님 은퇴식 날도 현장에 가긴 했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할수는 없지 않나. 뒤에 서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 내가 저기서 같이 으›X으›X 해야하는데…"

부상도 길었다. 특히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불펜투수다보니 다들 팔을 걱정하신다. 포크볼 던지지 말란 얘기도 들어봤다. 그런데 팔은 항상 건강했다. 발목이 문제였다"면서 "2016년부터다. 계속 주사를 맞고 뛰었다. 2021년엔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도 당했다. 구속이 5~6㎞씩 줄어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복무기간 동안 임충환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괜찮아졌다고.

복귀와 함께 주형광 코치와도 재회했다. 그는 2016년 데뷔 첫승의 순간을 떠올렸다.


"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2017년, 강민호와 환호하는 박진형. 스포츠조선DB
"주형광 코치님이 날 일요일 깜짝 선발로 예고하셨는데, 금-토 박살이 났다. 그리고 상대가 니퍼트였다. 긴장해서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 (강)민호 형이 던지라는대로 던졌는데 5이닝 무실점하고, (최)준석 선배님이 홈런 쳐줘서 이겼다. 와, 말하고보니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이네. 유망주 소리만 몇년 들었는데."

돌아와보니 선수단 구성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선배들이 대부분 팀을 떠났다. 입단 이후(11년)만 따지면 구승민과 더불어 팀내 최고참이다.


"저기가 내 자린데…" 멀리서 바라만봤던 이대호 은퇴식. 가을야구 이끈 …
가장 좋아하는 동백 유니폼 차림의 박진형. 스포츠조선DB
인터뷰 도중 한 후배가 박진형을 찾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를 못알아보고 "박진형 선배님!"을 크게 외쳤다. 그 이유도 '(한)동희 선배님이 찾으신다'는 것. 박진형은 "보셨죠?"하며 웃은 뒤 "형들은 다 아는데, 후배들이 워낙 많아져서 좀 어색하다"고 했다.

"가을야구 때 팬들이 동백유니폼 입고 관중석에 쫙…그 기분 또 느껴보고 싶다. 포스트시즌? 가야지 이제. 앞으로는 추억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 거다. '우승 멤버'는 그 팀의 레전드가 되지 않나. 내가 항상 그려왔던 꿈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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