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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 찝찝함은 무엇일까.
5일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코치가 SSG의 감독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고, 이후 다른 언론사에서는 '이 코치가 SSG 감독으로 내정됐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KT 위즈가 2연패의 위기를 딛고 3연승으로 NC 다이노스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뉴스로 인해 야구계는 플레이오프 분위기에서 금세 감독 선임 분위기로 바귀었다.
이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의 코치가 다른 팀의 신임 감독으로 탄생한 경우가 있었다. 바로 두산 베어스에서 한 두번이 아니라 무려 세 번이나 일어났다. 두산의 대응은 세 번 모두 달랐다.
2017년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팀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하지만 내부에선 한용덕 수석코치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이미 선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기도 했다. 그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두산은 1차전서 승리했지만 이후 4연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KIA에 내줬다.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날 한화는 한용덕 수석코치의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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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두산은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런데 이때도 다른 팀의 새 감독이 탄생했다. 바로 이강철 수석 코치가 KT 위즈 새 감독으로 내정됐던 것. 두산은 지난해와 같은 어수선함을 피하기 위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팀을 떠나는 코치들에게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했고, 이 코치가 사실을 말했다. 구단과 상의 끝에 미리 감독 내정 사실을 밝히자고 했고, KT가 10월 20일 이 사실을 공표했다.
이 감독은 "감독 수락과 발표 시기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두산 김태형 감독님과 사장, 단장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현시점에서 발표하는 것이 팀에 혼란을 최소화하고, 한국시리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두산과 KT 구단이 공감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두산의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후,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KT 감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중 부상을 당했고, 4번 타자 김재환이 2차전서 부상을 당해 빠지면서 결국 SK 와이번스에 2승4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이후 이 감독은 KT로 옮겨 '기적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두산은 2020년에도 또 새 감독을 만들었다. 2020년 11월 6일 SK 와이번스가 김원형 당시 두산 투수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땐 한국시리즈가 아니라 포스트시즌 중이었다. 두산이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이기고 KT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둔 상황.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구단의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한 것을 발표하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SK와 두산이 서로 협의한 결과였다. 이번엔 두산이 아예 김 코치를 SK에 먼저 보내주기로 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빠져 SK에 합류해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두산은 불펜 코치였던 정재훈 코치를 메인 투수 코치로 올리고 배영수 2군 투수코치를 1군 불펜 코치로 올려 남은 플레이오프와 이어진 한국시리즈까지 치렀다.
현재까지 SSG와 이호준 코치의 상황은 이강철 감독이나 김원형 감독 때는 아닌 한용덕 감독 때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선례가 있는데 정말 SSG가 이 코치를 감독으로 내정했는데도 LG에 미리 알려주지 않는 거라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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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이 코치의 거취 문제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29년이라는, SK를 인수해서 창단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팀은 상상도 하지 못한 세월 동안 만지지 못했던 우승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지만 어쩔 수 없이 SSG가 LG와 KT의 한국시리즈에 발을 디딘 꼴이 됐다. "이 코치가 감독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단장의 말 한마디가 한국시리즈를 흔들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