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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누가 KIA에 돌을 던지랴.
그렇다고 누가 KIA의 올시즌을 욕할 수 있을까. 전력상 5강 후보로 꼽히지도 않았다. 시작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려야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주포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고, 2년차 김도영도 발 골절상으로 빠졌다.
외국인 투수 복도 없었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앤더스, 메디나 모두 '폭망'이었다. 7월6일 같은 날 동시에 두 외국인 투수 교체를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었다. 여기에 마무리 정해영은 구속 저하로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악재가 가득했다.
장기로 치면 차-포를 떼고 야구를 하라는 것이었다. 당장 전력 약화 뿐 아니라 선수단 사기가 엄청나게 떨어질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다음은 장기말 '상'의 역할을 하는 박찬호마저 쓰러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최원준이 이탈했을 때는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핵심 불펜 최지민이 발에 타구를 맞고, 중요한 두산전에 나서지 못하는 얘기를 할 때는 김종국 감독이 마치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5강 경쟁을 했다. 사실 최형우가 다쳤을 때부터, 팀이 망가진다 해도 누가 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없는 살림'으로 똘똘 뭉쳐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KIA는 충분히 잘했다. 1, 3, 4번타자 빼고 피말리는 순위 경쟁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기력했던 두산전을 지켜본 한 야구인은 "KIA 라인업을 보라. 뻥뻥 치는 걸 기대한다는 게 욕심"이라고 밝혔다.
분명 프로의 세계는 결과가 중요하고, 시즌 성공의 최소한의 기준점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막판 5강 경쟁을 힘겹게 하기 전, 팀이 멀쩡할 때 승수를 많이 쌓았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KIA의 처절했던, 불운했던 사정을 생각한다면 KIA의 실패를 마냥 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찍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팬들도 등을 돌렸겠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