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일은 KBO리그 한자리를 덮은 어둠의 장막이 걷힌 일대 사건이다.
잘 나가던 팀이 바닥으로 추락한 뒤 다시 정상을 밟기까지 '지난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오랜 세월을 LG 팬들은 견뎌야 했다.
1994년 이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LG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한 염경엽 감독은 트윈스의 '감독 잔혹사'를 마침내 끝냈다.
LG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이 1996년 중도 사퇴한 이래 류지현 전 감독까지 11명의 감독이 LG의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대행 3명을 포함하면 14명이 LG 사령탑에 앉았다. 평균 재임 기간이 2년 남짓한 LG의 감독 자리는 그래서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잦은 감독 교체의 결과는 2003∼2012년 10년 연속 가을 야구 실패였다. 신바람 대신 된바람이 곳곳에서 불었고, 암흑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김기태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13년, LG는 마침내 수렁에서 벗어나 정규리그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이후 올해까지 10년간 딱 세 번을 제외하고 해마다 가을 야구 무대에 서 우승을 노릴 '컨텐더'(도전자)로 입지를 굳혔다.
다만 번번이 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하자 넥센 히어로즈·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을 지낸 염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선임하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LG 운영팀장과 수비 코치 등을 지내 트윈스 사정을 잘 아는 염 감독은 뛰는 야구, 주전과 후보의 격차를 줄인 두꺼운 선수층 구축 전략으로 팀을 시즌 내내 상위권으로 이끈 끝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선사했다.
주전, 대타, 대수비 할 것 없이 더그아웃에 있는 야수진을 100% 활용하는 염 감독의 야구는 토털 베이스볼의 새로운 전형이 됐다.
LG의 두려움 없이 뛰는 야구는 그 성패와 무관하게 시즌 초반 큰 화제를 불렀다. 염 감독은 상대를 압박해 점수를 내고자 거침없이 뛸 것을 주자들에게 주문했고, 독보적인 팀 도루 1위(158개)라는 결과를 냈다.
문성주(22개), 박해민(24개), 신민재(35개), 홍창기(23개) 4명이 도루 20개 이상을 기록하며 쌍둥이의 발야구를 이끌었다.
시즌 내내 꾸준한 LG의 방망이는 1위 달성의 일등공신이다.
타격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사이클'이 분명히 있다는 야구계의 통설을 무색하게 LG 타선은 기복 없이 터졌다.
월간 팀 타율에서 LG는 3위 밖으로 한 번도 밀리지 않다가 8∼9월에만 6위, 4위로 주춤했다.
6월 27일 SSG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이래 석 달 넘게 선두를 지킨 LG는 그 정도의 타격 부진에 치명상을 입진 않았다.
늘 잘 터지는 방망이에 과감한 발야구 덕분에 LG는 득점 1위(733점), 장타율 1위(0.397), 득점권 타율 2위(0.298)에 오르며 전원이 치고 달리는 '공격 야구'로 승리를 쌓았다.
타율 0.310에 홈런 22개, 타점 92개를 수확한 오스틴 딘은 LG의 해묵은 외국인 타자 난제를 말끔히 해결했고, 만년 후보 신민재는 프로 데뷔 5시즌 만에 타격과 주루에서 만개한 기량을 뽐내며 염 감독의 '작전 야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 세이브왕 고우석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마운드는 위용을 잃지 않았다.
우완 베테랑 김진성(5승 1패 20홀드), 새로 필승계투조에 가세한 유영찬(6승 3패 10홀드)과 백승현(1승 10홀드), 함덕주(4승 16홀드)가 허리를 튼튼히 받쳤다.
필승조를 '두 겹'으로 만들겠다던 염 감독의 시즌 전 구상이 맞아떨어져 한 겹이 벗겨졌어도 너끈히 버텼다.
LG 레전드 출신으로 트윈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10년간 지속한 암흑시대에서 벗어난 LG가 육성과 스카우트 분야에서 차근차근 시스템을 재정비한 결과 정규리그 1위라는 성과를 냈다"며 "LG의 1위 달성을 단순히 올해 또는 지난 몇 년간의 성과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통합 우승에 한발짝 다가선 LG는 3주 가까이 쉬면서 전열을 재정비한 뒤 플레이오프 승자와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서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cany9900@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