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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작년 메이저리그 홈런왕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저지는 작년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이었다. 그는 62홈런을 때리며 AL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고 AL MVP에도 올랐다. 그렇다면 작년 내셔널리그(NL) 홈런왕은 누구였을까. 필라델피아 필리스 카일 슈와버였고, 그가 46홈런을 쳤다는 것까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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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홈런 부문에 있어서는 리그 구분의 전통을 넘어 '통합' 1위가 누구냐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가치부여 현상이 벌어진다. 그건 홈런이 '야구의 꽃'이기 때문이다. 통합 다승왕, 통합 타점왕, 통합 도루왕 등은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 리그를 통틀어 홈런 1위가 누구냐는 연일 메인 뉴스거리가 되고, 해당 기사에는 많은 반응이 따라붙는다.
이런 현상은 인터리그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심화돼 왔다. 인터리그 도입은 양대 리그의 경계를 허문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 이전에는 리그가 다르면 정규시즌에서 만날 일이 없었다. 오직 월드시리즈에 가야 상대 리그 팀과 일전을 벌일 수 있었다.
인터리그는 1994~1995년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파업으로 위상과 인기가 추락한 메이저리그가 부활을 노리고 고안한 제도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두 팀이 같은 연고지를 쓰는 뉴욕과 시카고, LA의 경우 지역 라이벌간 인터리그 게임이 관심을 끌었다. 뉴욕의 서브웨이시리즈(양키스-메츠), 시카고의 윈디시티시리즈(컵스-화이트삭스), LA의 프리웨이시리즈(다저스-에인절스)는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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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구분이 더욱 약화된 것이다. 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은 지난해 2만6566명에서 2만9068명으로 9.4%가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흥행세도 회복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균형 스케줄이 일정 역할을 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양 리그 통합 홈런왕은 더욱 독보적인 영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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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투수로는 시즌을 접었지만, 타자로는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팔꿈치 부상이 타격 동작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망이를 휘둘러도 팔꿈치 인대에 무리가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부상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오타니는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 그날 이후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5일에는 타격 훈련을 하다 옆구리까지 다쳐 이틀 연속 결장했다.
오타니의 대포가 다시 뜨거워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면 올슨은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5~6일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적용하면 53홈런을 때릴 수 있다. 오타니의 산술적 예상 홈런수는 51개다. 올슨 뿐만 아니라 42개를 친 메츠 피트 알론소와 40홈런의 슈와버도 오타니를 제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시 말해 작년 저지가 차지했던 통합 홈런왕의 영광이 올해 오타니에게 갈 확률은 낮다. 물론 공식적인 AL 홈런 타이틀은 오타니가 가져가게 될 것이다. 오타니는 AL 홈런 2위 화이트삭스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에 9개나 앞서 있다.
오타니는 6일 옆구리 상태가 호전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출전하려고 했으나, 필 네빈 감독과 프런트에서 막았다고 한다. 오타니의 출전 강행 의지를 홈런 타이틀 욕심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 욕심이 AL에 한정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현지 매체들은 오타니의 통합 홈런왕 등극 여부에 기사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왜냐하면 '오타니'이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