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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삼성전.
어느덧 10구째. 오승환의 146㎞ 패스트볼이 한유섬의 몸쪽을 향했다. 전광석화 처럼 배트가 돌았다. 한쪽은 환호하고, 다른 한쪽은 절망하는 순간.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하나 있었다. 우익수 구자욱이었다. 공을 잡아 1루 쪽으로 빠르게 송구 모션을 취했다. 1루에 먼저 공이 도착하면 끝내기 안타를 우익수 땅볼로 지울 수 있는 순간.
미리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움직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캡틴의 간절함과 초 집중력이 동시에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칭찬했다. 13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빠른 타구다 보니 승부가 될 수 있었는데, 왼쪽에서 잡고 오른쪽으로 틀어 던져야 해서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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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일이 퓨처스리그에 머무는 사이 임시주장이던 구자욱은 오재일 복귀 후 아예 정식 주장 자리에 올랐다. 리그 최고참 오승환 같은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의 나이 차가 큰 선수단 구성. 구자욱은 또래 류지혁과 함께 가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팀을 향한 방향성이 뚜렷하다.
구자욱은 이달 초 포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년 계약을 한 제가 무슨 개인적인 목표가 필요하겠습니까. 팀에 대한 걱정이 클 뿐이죠. 제 개인적인 걱정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해야 좀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선수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이런 계약을 해준 데 대한 책임도 있고요."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일까. 야구가 더 잘 된다.
구자욱은 후반기 4할2푼7리로 전체 1위다. 시즌 타율도 3할3푼7리까지 끌어올려 개점휴업 중인 SSG 에레디아를 제치고 리딩히터로 나섰다.
주장 완장을 찬 이후 더 뜨거운 페이스. 통상 주장을 맡으면 챙겨야 할 일이 많아진다. 신경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갑자기 주장을 맡고 부진에 빠지는 선수도 많다. 특히 책임감 강한 성격일 수록 '캡틴의 덫'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구자욱은 예외다. 팀에 대한 주장으로서의 엄청난 책임감 속에 개인적 욕심을 털어 버리자 특유의 천재적 타격감각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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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