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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것이 골든글러브 후보의 위엄인가.
김하성은 이날 안타 1개와 사구 1개로 멀티 출루를 했고, 도루 실패가 있었지만 그 아픔을 씻어내는 재도전으로 2루를 훔쳐 7회 쐐기점을 만들어내는 데 공헌했다.
특히 안타는 일본의 '이도류' 스타 오타니 쇼헤이와의 첫 투-타 맞대결에서 뽑아낸 것이라 의미가 있었다. 리그가 달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 한-일 스타의 맞대결이었는데, 김하성이 첫 만남에서 안타를 뽑아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공격보다 더 중요했던 게 김하성의 수비였다. 2개의 환상적인 수비로 팀에 승리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먼저 4회초. 0-0으로 팽팽하던 상황 2사 1루였다. 에인절스 무스타커스의 타구가 1루쪽으로 굴렀다. 샌디에이고 1루수 크로넨워스가 잡기는 힘든 공. 글러브에 맞고 튀었다. 그런데 이게 1루쪽으로 커버를 들어오던 김하성쪽으로 흘렀다. 김하성이 우익수 방면으로 빠질 공을 오른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침착하게 글러브로 공을 잡아 1루에 뿌렸다. 아웃. 투수 머스그로브와 크로넨워스가 동시에 박수를 칠 정도로 훌륭한 플레이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김하성의 이 플레이를 'marvelous(믿기 어려운)' 수비라고 극찬했다.
여기서 실점 위기를 넘긴 샌디에이고는 4회 크로넨워스가 오타니를 두들겨 2점을 선취해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더 중요한 수비는 9회 나왔다. 8-1로 앞서던 샌디에이고. 또 고질이 나왔다. 다 이긴 경기를 어렵게 끌고갔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카스티요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마음이 급해진 샌디에이고는 급하게 마무리 헤이더까지 올렸지만, 몸이 덜 풀린 헤이더 역시 밀어내기 볼넷 2개를 주며 5-8까지 쫓기는 대위기에 몰렸다.
여전히 만루. 만약 여기서 안타로 1~2점을 더 내줬다면 경기는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난 영웅이 김하성이었다. 상대 워드가 친 타구기 빗맞아 투수 헤이더를 넘겼다. 느린 타구. 김하성이 빠르게 공에 대시했고, 그림같은 러닝 스로로 워드를 잡아냈다. 에인절스 벤치는 아쉬운 마음에 비디오 판독까지 신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김하성의 빠른 판단, 그리고 민첩한 수비가 샌디에이고의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보통 내야수였다면, 1루에서 아웃시키기 결코 쉽지 않은 타구였다. 바운드에 맞게 공을 낚아채는 것도 힘들었고,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1루에 공을 뿌리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이 타구가 내야 안타가 됐다면, 정말 샌디에이고에는 악몽같은 일이 될 뻔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