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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해 부산고에게 22년만의 전국대회(봉황대기) 우승을 안긴 무서운 2학년 에이스였다. 하지만 팔꿈치 염증으로 휴식을 취한 사이, 소속팀이 에이스 없이 또하나의 전국대회(황금사자기)를 우승해버렸다.
봉황대기 우승 전까지 앞서 부산고의 전국대회 우승은 2000년 대통령배가 마지막이었다. 전설의 트리오 추신수-정근우-김백만이 뛴 해다.
하지만 2021년 박계원 부산고 감독이 부임한 뒤로 팀 전력이 꽃을 피웠다. 박 감독이 직접 스카우트한 원상현-성영탁이 고3이 된 올해는 고교야구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팀이 됐다. 봉황대기-황금사자기를 우승했고, 남은 청룡기-대통령배 우승을 꿈꾸고 있다.
현재 예상 순위는 1라운드 중후반에서 2라운드 초반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청룡기와 대통령배 활약상으로 드래프트 순위를 바꾼 선수는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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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구속은 연습경기 기준 최고 153㎞, 지난해 봉황대기 우승을 차지할 당시엔 150㎞까지 나왔다. 원상현은 강릉고를 상대로 8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전국에 원상현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린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까진 내야와 중견수를 두루 보는 타자였다가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투수에만 전념했다. 1m85의 체격은 큰 키는 아니다. 하지만 학창시절 복싱선수였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옹골찬 몸을 지녔다.
야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릴 땐 태권도장, 영어학원에도 적응하지 못해 울고불던 소심한 소년이었다. 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야구다.
실전 뛰는 형들을 바라보며 혼자 기본기만 다지는 생활이 지루했다. 그런 원상현이 야구선수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었다.
"4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갔는데, 제가 마무리였거든요.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팀 상대로 8회까지 이기고 있었는데, 제가 9회 한이닝 동안 9실점을 했습니다. 저 하나 때문에 진 거죠. 그날 새벽까지 연습구를 죽어라 던졌어요. 그전부터 간절함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오늘을 절대 잊지 말자, 난 야구선수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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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가 되면서 제법 선수들사이에선 '인싸'로 변했다. 용마고 장현석과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표팀에 함께 뽑히며 성장한 사이다. 장현석 외에도 황준서, 조대현(강릉고), 김휘건(휘문고), 김택연(인천고) 등과도 자주 연락한다.
"(장)현석이가 괴물이긴 합니다. 제가 더 노력하면 누구나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현석이는 약간 벽처럼 느껴져요. 그래도 현석이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확실히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도 추신수 선배처럼 부산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