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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현장]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3-06-04 10:42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이승엽 감독과 양석환.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나 하나만 잘하면 모두가 열광하던 '국민 타자'에서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이 됐다. 그런데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하나가 수습되니,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또 펑크가 났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험난한 감독 1년 차를 보내고 있다. 계속되는

사건·사고와 부상자 발생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중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는 팀 성적이 놀라울 정도다.

3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장에 도착한 이승엽 감독이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반복해서 공을 받고 던지는 모습, 그가 감독인 걸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선수로 착각할 정도다.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이승엽 감독.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경기 전 취재를 위해 두산 더그아웃을 찾은 정민태 해설위원의 "왜 캐치볼을 하냐?"는 질문에 나온 이 감독의 대답, "아 할 게 없어서요…."

왜 할 게 없겠는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초보 감독이다. 그런데 작년 10월 신임 감독 부임 후부터 학교 폭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두산이 지명한 김유성은 여전히 학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영하는 고교 시절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인물과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4월 피해자와 합의를 마친 김유성이 정상적인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승엽 감독은 2군에 머물러 있던 김유성을 4월 말 1군에 등록시킨 후 꾸준히 경기에 등판시키고 있다.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경기. 8회말 이영하가 투구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이영하도 긴 법정 싸움 끝에 지난달 31일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으며 곧바로 1군에 복귀했다. 3일 경기에서 8회에 등판해 녹슬지 않은 구위를 뽐내며 원정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젊은 투수 정철원이 문제를 일으켰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사실이 알려진 것. 정철원은 지난 1일 음주 사실에 대해 사과했고, 두산은 2일 수원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정철원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WBC 대회 도중 일본 현지에서 술자리를 가져 논란에 휩싸인 두산 정철원이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1/
부상자들의 복귀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수 딜런이 여전히 팔꿈치 재활 중이고, 허리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던 곽빈은 지난달 31일 등판 후 다시 허리 통증이 도져 재차 엔트리에서 빠졌다. 선발진의 한 축인 최원준도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승엽 감독은 "나만 힘들겠나. 구단, 코치진, 선수들이 모두 힘들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이승엽 감독.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이승엽 감독.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이 감독은 이날 캐치볼 후 1루에서 혼자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양석환의 훈련 파트너가 돼서 함께 펑고를 번갈아 받았다. 강습 타구도 척척 받아내고, 러닝 스로까지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 마치 선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이 감독이 잠시나마 웃었다. 양석환도 '감독님'과 짝을 이뤄 훈련하는 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극한 직업' 이승엽 감독, 지금까지 이런 초보 사령탑은 없었다 [수원 …
이승엽 감독과 양석환.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3/
생각해 봐야 답이 안 나오는 문제.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상 쓰지 않는, 힘들어도 웃는 감독을 선수들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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