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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이 필요하다[SC초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5-22 00:02 | 최종수정 2023-05-22 10:47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정주현이 9회말 무사 1루에서 타격중 휘두른 배트가 한화 포수 최재훈을 강타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0/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오심 논란, 그런데 올해는 심상치 않다.

중반에 접어드는 KBO리그가 또 오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놓쳐 비디오판독이 필요한 상황은 그렇다 쳐도, 룰 적용을 제대로 못하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주에만 논란의 장면이 꼬리를 물었다. 20일 잠실 한화-LG전에선 양팀이 9회말 1-1로 맞선 1사 1루에서 오심이 나왔다. LG 정주현이 놓친 배트가 피치 아웃 상황에서 한화 포수 최재훈을 때렸으나, 4심 합의 판정 끝에 타격 방해로 판정됐다. 한화 벤치의 거센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으나, 곧 KBO가 정정 자료를 내고 해당 심판진 징계를 예고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최원호 감독이 LG 9회말 정주현의 배트가 한화 포수 최재훈을 강타한것이 타격 방해 판정을 받자 심판진에 어필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0/
하루 뒤에도 아쉬운 장면이 이어졌다. 21일 부산 SSG-롯데전에선 1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최 정이 친 타구가 왼쪽 폴대 안쪽으로 들어갔음에도 파울로 판정됐다. 비디오판독을 거쳐 홈런으로 정정되면서 더 이상의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오심 문제로 예민한 상황이기에 마냥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심판 판정 문제는 매년 시즌 초반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최근 수 년간 대부분의 논란은 스트라이크존에 쏠렸다. 심판 성향에 따라 제각각으로 적용되는 스트라이크존 문제에 투-타 가릴 것 없이 신경전이 이어져 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주심을 맡고 있는 이영재 심판.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5.10/
그런데 올해는 이런 스트라이크존 문제보다 룰 적용 미스가 좀 더 부각되고 있다. 시즌 개막 1주일 만인 지난달 8일 부산 KT-롯데전에서 타구가 심판원의 몸을 맞고 굴절된 상황에서 야구 규칙을 잘못 적용해 득점을 인정하는 오심이 발생했다. 한 달이 지난 뒤 또 룰 적용 미스 오심이 나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발전해온 현대 야구 규칙은 방대하고 복잡하다. 선수, 지도자 뿐만 아니라 심판 조차 룰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때문에 합의 판정이 존재한다. 앞선 두 차례 룰 적용 미스 오심 당시 심판진은 합의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오심을 피하지 못했다.

오심 이후 KBO의 대처는 징계였다. 4월 오심 사건 당시엔 해당 심판을 무기한 퓨처스(2군) 강등 조치한 바 있다. 한화-LG전 오심 심판진에도 징계를 예고했다. 이전 오심 논란에도 대부분의 심판이 경고-벌금 내지 퓨처스 강등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지면 복귀가 이뤄지는 식이었다. 일각에선 실수→징계로 이어지는 이런 처분이 심판의 사기 저하를 야기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
2023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심판진이 LG 9회말 정주현의 배트가 한화 포수 최재훈을 강타한 장면에 대해 타격 방해 여부를 상의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0/

경기장 안에는 4심 외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심이 존재한다. 룰 적용처럼 현장에서 즉각 판단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기심이 규정집을 참고해 조언을 하거나 수신호를 보내는 등 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만하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권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KBO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보조하기 위한 장치 마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반복된다면 의구심은 커지고 결국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오심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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