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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궁금한 게 하나 있다.
올시즌 투수로 등판한 9경기에서 타율 0.500(26타수 13안타)을 쳤고, 1홈런, 6타점, 6득점, 3볼넷, 4삼진을 기록했다. 지명타자일 때는 타율 0.264(129타수 34안타), 8홈런, 23타점, 19득점, 16볼넷, 32삼진을 마크했다.
선발등판하는 날 마운드에서 내려와 지명타자로 포지션이 바뀔 때, 즉 오타니 룰이 적용되는 날에는 투수로서의 타격과 지명타자로서의 타격을 구분해 산출한 기록이다.
이를 통산 성적으로도 들여다봤다.
오타니는 투수로 57경기에서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6홈런, 27타점, 24득점, 25볼넷, 39삼진을 기록했다. 야수 혹은 지명타자로 나섰을 때의 타격 성적은 타율 0.269(1980타수 532안타), 130홈런, 344타점, 327득점, 254볼넷, 609삼진이다.
올해와 통산 기록에서 모두 투수로서의 타격 성적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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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 대해 오타니 혹은 주변인이 따로 설명한 적은 없다. 오타니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그가 투타 겸업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음이 통계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오타니는 지난 16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4안타 2볼넷을 내주고 5실점했다. 올시즌 최악의 피칭을 한 경기였으나, 스스로 결승홈런을 터뜨리며 승리투수가 됐다. 4-4 동점이던 4회초 1사 1,2루에서 볼티모어 선발 그레이슨 로드리게스의 초구 80.3마일 커브를 그대로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며 7-4로 전세를 뒤집었다. 에인절스가 9대5로 이겨 이 홈런이 결승타가 됐고, 오타니는 시즌 5승에 성공했다.
올시즌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기록을 수립할 뻔한 기회가 두 번 있었다. 바로 선발투수의 사이클링 히트다. 지난 4월 28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순으로 친 뒤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펜스 앞에서 중견수에 잡혔다.
그리고 이날 볼티모어전에서도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은 뒤 단타, 홈런, 3루타를 쳤고, 7회 땅볼에 이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가 아닌 좌전안타를 날려 역사적 기록에 '1루타'가 부족했다.
그래도 오타니는 1964년 워싱턴 세네터스 멜 스토틀마이어 이후 59년 만에 역사상 두 번째로 한 경기에서 5번 출루한 선발투수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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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오타니는 우리가 본 선수중 역사상 최고다. 특별한 재능을 지녔고, 마운드와 타석에서 그와 같은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를 또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경외감을 나타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홈런 칠 때)스윙에 분노가 어느 정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I think there was a little anger behind that swing). 정말 인상적인 경기였다"고 했다. 즉 경기 초반 대량실점한데 대한 책임감이 타석에서 투혼과 집중력으로 발현됐다는 얘기다.
오타니가 앞으로도 마운드에 오르는 날 더욱 뜨거운 타격을 펼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