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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한화와 아들 같은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향한 사랑과 감사 인사. 수베로 감독은 "한화가 우승하게 되면 우승 파티에 꼭 나를 불러달라"며 활짝 웃었지만, 지켜보던 아내와 통역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2년여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떠났다.
수베로 감독은 "씨앗을 심는 이가 있고, 거둬들이는 이가 따로 있듯이 내 역할은 묵묵하게 땀 흘리며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 것에 감사한다. 내가 얻은 가장 큰 과실은 수많은 아들과의 관계다. 감독직을 해오면서 수많은 이별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마음 아픈 이별은 없었다. 아들로 대했던 선수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한화를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 과정이 항상 있는데, 그동안 잘 따라줘서 고마웠다. 항상 신념을 가지고 선수로서 살며 성장하길 바란다. 신념을 갖고 야구하고, 신념을 갖고 인생을 살길 바란다. 한화는 강팀이 될 준비가 됐다. 선수들은 아직 성장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더 성장해서 함께 웃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야구인으로서 참 많은 곳을 가봤지만 한화는 특별했다. 내 고향 베네수엘라 카나카스가 떠올랐다. 그곳의 야구 열기 또한 만만치 않고 야구를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떠오를 만큼 한화 팬들은 대단했다. 첫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작년과 올해 만난 팬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특히 올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팬심이었다. 17점 차로 뒤지고 있는데 밀어내기 볼넷 한 점을 얻었다고 기뻐해 주는 그 함성과 경기를 패한 후에도 버스 앞에서 기다려 주는 팬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한화 이글스는 좋은 팀이 될 거라고 장담한다. 인스타그램으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시간을 내서 꼭 답장하겠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항상 한화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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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 감독은 한화 구단 직원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한화가 우승을 하게 되면 우승 파티에 나를 꼭 초대해달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씨앗을 심고 튼튼한 새싹이 자라는 걸 확인한 수베로의 마지막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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