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라"지만… '7338일-980경기' 만의 선발 등판 오승환, 팀보다 오직 자신만 생각해라, 오늘 만큼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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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나, 리그적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다.
오승환은 역대 레전드급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선발 등판이 없었던 순수 클로저다.
마지막 선발 등판은 단국대학교 3학년 시절인 2003년 3월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7338일 만의 선발 마운드다.
예정된 투구수는 50~60구. 불펜으로 준비해온 선수가 갑자기 많이 던질 수 없다. 특히 마무리 투수의 최대치는 30~40구다. 전력피칭이 아닌 선발이란 특성을 감안해도 60구 이상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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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도 오승환 살리기 차원의 일회성 특별 등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걱정이다. 워낙 투철한 선수의 책임감과 의욕 때문이다. 오승환은 타고난 승부사다. 마운드 위에서 허투루 던져본 적이 없다. 나가면 이겨야 하는 건 오승환 야구의 DNA다.
그런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본인은 주위의 걱정에 태연하다. "그저 리프레시 차원의 등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바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주위 사람들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돌변할 오승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 있는 피칭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각성상태의 오버페이스를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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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와 감각 회복 차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늘의 긴 이닝 소화가 중요한 건 절대 아니다. 단 2,3이닝을 던져도 평소보다 많은 투구 속에 자신의 회복에 집중하면 된다.
오프너인 만큼 어차피 초반 부터 선발급 투수가 대기하며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팀보다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자. 삼성 팬들과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그림은 오늘의 1승이 아닌 끝판대장의 멋진 귀환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