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메이저리그 '슈퍼스타'가 이제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오타니 쇼헤이가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 같은 활약을 펼치며 최정상의 자리에 섰다.
조별리그 B조 MVP로 선정된 오타니는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다시 투타겸업으로 나섰다. 선발 투수로 4⅔이닝 4안타 5탈삼진 3사4구 2실점 흔들리는 모습이 마지막에 나왔지만, 타석에서 또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추가하며 팀의 9대3 대승을 이끌었다.
미국 마이애미로 무대를 옮긴 파이널 라운드. 오타니는 큰 무대, 중요한 경기일 수록 더욱 높게 비상했다. 준결승전에서 다시 타자로만 나선 오타니는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기록 자체가 압도적이지는 않고, 특히 LA 에인절스 팀 동료인 멕시코 선발 투수 패트릭 산도발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오타니가 만들어냈다.
마지막 결승전. 원래 오타니는 8강전 이후 투수로 등판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소속팀 에인절스와의 합의였다.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내정해두고 있다. 팀의 '에이스'인 그에게는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선발 투수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결승전에서 불펜에서 대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준결승전을 마친 후 "오타니가 불펜에서 대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고,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도 "제로는 아니다"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오타니는 경기 중반부터 불펜을 오가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일본의 1점 차 리드 상황인 9회초. 마침내 오타니가 경기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등판했다. 오타니는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무키 베츠를 상대로 병살타를 잡아내면서 스스로 불을 껐다. 2사 주자 없는 상황. 하필 더더욱 극적으로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했다. 팀 동료이자 미국의 핵심인 타자. 오타니는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일본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는 삼진을 잡은 직후 주먹을 불끈쥐며 한참동안 환호했다.
이도류 맹활약에 팀의 우승을 장식한 행가레 투수 그리고 미·일 자존심 대결 완승까지. WBC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오타니를 위한 잘 짜여진 갱의 영화 같았다. 그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로 성장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