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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좌완 '대투수'의 국제대회, 쓸쓸히 마무리 되나 [WBC]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3-03-09 21:00


역대 최고 좌완 '대투수'의 국제대회, 쓸쓸히 마무리 되나 [WBC]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8회초 1사 2,3루 한국 양현종이 호주 로비 퍼킨스에게 3점홈런을 내주며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09/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대투수'의 국제대회, 이렇게 쓸쓸히 마무리 되나.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설명이 필요 없는 리그 최고 투수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SSG)과 함께 십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좌완 트로이카'로 한국 야구를 든든히 지켜줬다. KBO 통산 159승이다. 역대 3위 대기록. 현역 최다승이고, 역대 최연소 150승을 기록했다. 2위 정민철의 161승을 넘어서는 건 예약이 돼있다.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아시안게임만 3회 연속 출전했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9 프리미어12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35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WBC가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일 수 있는 양현종. 큰 기대가 모아졌다. 마운드 세대교체가 진행된 이번 대표팀이다. 양현종과 김광현 두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낯선 선수들을 만나는 국제대회에서 중요한 건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도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될 때 위력을 발휘하는 법. 9일 열린 호주전,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의 기대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4-5로 밀리던 8회초 1사 상황서 김원중을 구원 등판했다. 김원중이 직전 이닝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했기에, 양현종이 8회를 압도적으로 막아주고 8회말 반전을 노려야 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양현종은 릭슨 윈그로브에게 2루수 내야안타, 로건 웨이드에게 좌측 2루타를 맞고 2,3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로비 퍼킨스에게 통한의 좌월 스리런포를 허용했다. 호주가 승기를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는 등판한 선수가 이닝이 바뀌기 전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양현종의 구위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지만, 퍼킨스 타석에서 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주자를 내보냈다고 양현종을 바꾸는 것도, 선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혹했다.

실점이 문제가 아니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라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공은 치기 좋은 곳으로 몰렸고, 구위는 전성기 때 그것이 아니었다. 호주 타자들이 아예 받쳐놓고 치는 느낌까지 들게 했다. 한국의 다른 투수들을 공략할 때는 애를 먹던 호주 타자들인데, 양현종의 공은 완벽한 타이밍으로 받아쳤다. 아직 100% 몸상태가 아닌 건지, 최선을 다했는데 호주 타자들이 잘 친건지 어느 쪽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분명 아쉬움을 남긴 등판이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가장 중요한 순간 활용될 예정이었던 양현종. 호주전 구위라면 10일 이어지는 일본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루 만에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데, 한국은 어떻게든 일본을 꺾어야 하기에 이강철 감독이 고민스러워질 수 있다.

물론 일본전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승리를 이끌 수도 있다. 호주가 한국을 이기는 것처럼, 야구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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