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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무척이나 자존심 상한 겨울이다.
그리고 찾아온 몸값 산정. 매년 큰 폭으로 오르던 연봉이 반토막 가까이 깎였다.
적어도 2억원 대 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전지훈련을 미뤄가며 버텼지만 결국 구단을 이길 수 없었다. KT 위즈 간판 타자 강백호(24) 이야기다.
동료들 보다 이틀 늦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KT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한 강백호는 공항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연봉이 다는 아니다. 연봉이 선수의 급을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을 올해 보여드리겠다."
생채기 난 자존심 회복을 향한 단단한 다짐. 매년 최고 인상폭을 놓고 경쟁해온 1년 선배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정후(11억원)와 무려 8억1000만원까지 벌어진 틈을 실력으로 메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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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많았던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의 아쉬움을 털고,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천재타자로서의 위상을 확인시켜줄 무대다.
여건도 좋다. 강백호는 같은 팀 선배 박병호, 빅리거 최지만(피츠버그)와 함께 대표팀 1루수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수술 후유증을 우려한 소속팀 피츠버그의 반대로 주전 1루수 최지만의 대표팀 승선이 최종 무산됐다. 6일 이 소식을 접한 KBO 기술위원회는 최지만 대신 외야수 최지훈(SSG)을 전격 발탁했다. 단 두명만 남은 1루수. 졸지에 박병호와 함께 1루를 사수해야 할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능력을 한껏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박병호가 주전 1루수로 나서면 강백호는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공산이 크다. 만약 주전 1루수 최지만이 예정대로 승선했다면 지명타자를 놓고 박병호와 경쟁했을 상황. 최지만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풀타임 주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기를 품고 국제 무대로 나서는 천재타자 강백호. 올시즌을 마치고 빅리그 입성을 예약한 '영원한 라이벌' 이정후 선배와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러모로 빅리그 스카우트 이목이 집중될 이번 대회. 깜짝 활약을 펼친다면 강백호 역시 수년 뒤 빅리그를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명예회복과 함께 보장된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 천재타자의 눈빛이 번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