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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타율 0.421' 당일 2안타 친 타자를 교체? 롯데의 '기계적' 플래툰 향한 의문 [부산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8-26 14:50 | 최종수정 2022-08-26 14:52


롯데 고승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점차 지고 있는 8회말. 상대가 좌투수를 기용하자 좌타자를 빼고 대타로 우타자를 낸다. 결과는 범타.

흔히 있는 대타 실패의 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전은 경우가 달랐다.

5-7로 뒤지고 있는 상황. 8회말 롯데의 선두타자는 우익수 고승민이었다. 8월 들어 타율 4할2푼1리(38타수 16안타)로 팀내에서 가장 좋은 타격감을 지닌 타자다. 지난 21일 한화이글스전에선 4타수 4안타를 치기도 했다.

이날도 삼성 선발 원태인을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때려냈다. 타구 방향도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다. 각각 1,2루간과 3유간 빈 공간을 노려 날카롭게 가른 타구였다.

삼성의 바뀐 투수는 좌완 이상민이었다. 고승민은 올해 좌투수 상대로 타율 6푼7리(1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표본이 무척 적다. 우투수를 상대한 타율 2할9푼6리(142타수 42안타)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이다. 좌투수가 선발이면 제외되고, 구원으로 나오면 교체되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

표본의 함정은 좌타 상대로 자주 기용되는 이상민도 마찬가지다. 올해 좌타 상대 피안타율(2할4푼6리, 57타수 14안타)이 우타 상대(1할8푼2리, 22타수 4안타)보다 더 높다. 하지만 상대한 타자수가 3배에 가깝다.

고승민이 연습경기나 훈련 때도 좌투수에 약했을 수 있다. 고승민의 타격폼에 좌투수 상대 약점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전만한 연습은 없다. 고승민은 이제 22세다. 떠난 손아섭(NC 다이노스)을 대신해 롯데 우익수로 장기간 활약할 선수다. 지금 좌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점점 더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롯데 신용수.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8.14/

대타는 신용수였다. 신용수는 올해 홈런을 2개 때렸고, 그중 하나는 대타 홈런이었다. '좌타 상대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긴 했지만, 스윙에도 힘이 있었다.

다만 신용수의 올해 타율은 1할5푼4리에 불과하다. 기록상 우투(13타수 2안타)보다 좌투(26타수 4안타) 상대로 강하지도 않다. 이대호나 전준우, 안치홍 등이 휴식차 선발에서 제외돼 벤치에 대기하다 대타로 나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고승민의 다음 타자는 정보근이었다. 이날 안타를 하나 치긴 했지만, 평균값에서 고승민에 비할바 못된다. 이미 선발 박세웅은 교체됐고, 3포수 엔트리를 활용중인 롯데 1군 벤치에는 정보근 외에 지시완과 강태율이 대기중이었다. 시즌 중반처럼 포수를 교체했다고 해서 9회말 대타를 못쓰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보근도 타격감이 좋긴 하지만, 8? 타율 2할4푼1리(29타수 7안타)다. 8회말 타석에서도 볼을 고르고 파울을 치며 10구까지 버텼지만, 결과는 삼진이었다. 2사 후 삼성은 오승환을 투입했고, 롯데는 박승욱 대신 대타 이호연을 냈다. 이호연 역시 끈질기게 파울을 치는 '용규놀이'를 선보였지만, 8구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트레일리와 박세웅의 전담포수로 활약중인 정보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9회초 2점을 추가로 내주며 5-9로 패했다. 8회말은 흐름상 마지막 추격 기회였던 셈.

고승민을 아끼는 서튼 감독의 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DJ 피터스 대신 잭 렉스를 영입할 당시 롯데 구단의 플랜은 중견수 황성빈-우익수 렉스였다. 미국 시절 렉스의 수비력에 대한 평가는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막상 영입하고보니 중견수로도 준수하다. 마침 고승민이 컨디션을 끌어올리자 그의 출전시간을 늘리기 위해 최근에는 렉스를 중견수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서튼 감독은 "요즘 고승민 타격감이 상당히 좋다. 선구안도 많이 발전했고, 수비에서도 성장세가 역력하다. 고승민이 우익수로 나가면서 라인업 전체가 강해졌다. 자신감도 붙었다. 타석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결국 '좌투수가 나오니까 교체'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긴 어렵다. 그래서 더 아쉬운 순간이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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