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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없다고? 천만에…' 5선발→부상이탈→154㎞ 컴백, 비에 쓸려간 596일 만의 선발등판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6-07 02:37 | 최종수정 2022-06-07 02:40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삼성 장필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5.3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조금 늦었지만 실망은 이르다. 삼성 베테랑 투수 장필준(34) 이야기.

해외 유턴파 마무리 투수 출신 파이어볼러. 하지만 지난 2년간 고비가 있었다. 구속이 저하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20, 2021년 두 시즌 동안 승리 없이 3패, 6홀드에 평균자책점은 6.50으로 치솟았다.

선발 전환 이야기도 나왔고, 실제 2020년에는 두차례 선발로 등판하기도 했다.

불펜에서는 신뢰감이 많이 희석됐다. 박빙의 상황 속에 흔들린다는 부정적 평가가 더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로 승부수를 띄웠다. 두배로 땀을 흘린 결과 전매특허인 빠른 공 구위를 회복했다. 양창섭 허윤동 황동재 이승민 등 젊은 후배들과의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갔다. 최종 오디션을 통과해 5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개막 직전 불운에 발목이 잡혔다.

컨디션 난조로 갑작스레 이탈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복귀 준비를 하던 중 부상이 찾아왔다.

4월13일 퓨처스리그 NC전에 딱 1이닝을 던지고 오른쪽 늑간근에 미세손상이 발견됐다. 그렇게 속절 없는 두달 여가 지났다.


그 사이 시즌 초 양창섭에 이어 황동재가 안정적 모습으로 5선발 자리를 꿰찼다.

부상에서 회복해 퓨처스리그 2경기 실전 등판까지 마친 장필준은 지난달 말 드디어 콜업됐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불펜에서 길게 던져줄 투수가 없다"며 롱릴리프 역할을 희망했다.


최고 구속 154km. 이를 악물고 힘차게 투구하는 장필준.
돌아온 장필준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달 28일 LG전에서 3이닝 1실점, 31일 키움전에서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불펜에 바통을 넘겼다. 2경기 5이닝 6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1.80이다.

공에 힘이 넘쳤다. 최고 구속이 154㎞에 달하는 패스트볼은 특유의 떠오르는 볼끝이 감지된다. 평균구속도 150㎞를 넘나든다. 회복된 빠른 공 구위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섞으니 상대 타자들의 공략이 쉽지 않다.

회복된 구위를 확인한 벤치는 장필준에게 시즌 초 못다 이룬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재충전을 위해 잠시 엔트리에서 빠진 원태인 순서인 5일 대구 두산전에 임시선발을 맡겼다.

지난 2020년 10월17일 대전 한화전(선발 5이닝 2실점) 이후 596일 만의 선발등판.

하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비로 무산됐다. 임시 선발 기회는 없던 일이 됐다. 새로운 한 주 7일 롯데전은 다시 1선발 뷰캐넌부터 시작된다. 장필준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실망은 이르다. 그는 여전히 쓰임새가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강속구를 회복한 장필준은 삼성 마운드에서 경험을 갖춘 전천후 투수다.

불펜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며 게임 흐름을 바꿔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임시 선발 출격이 가능하다. 풍부한 경험이 회복된 구위와 결합하면 여름승부에 큰 힘이 될 전망.

'역할이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 돌아온 장필준이 다시 삼성 마운드의 상수로 존재감을 회복해 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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