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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년 만에 재개된 100% 관중. 벤치클리어링도 재개됐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롯데전.
양 팀 선수들이 우루루 그라운드로 몰려 나왔다.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췄던 벤치클리어링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KBO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통합 매뉴얼을 통해 벤치클리어링을 금지했다. 흥분한 양 팀 선수단의 대규모 접촉이 이뤄지는 순간 감염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지침은 잘 지켜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까지 선수들은 돌발 사태에도 인내심을 유지했다.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고의성 빈볼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몸에 맞는 볼 이후 상호간 예의를 차리는 문화도 충돌을 막는 요소였다.
하지만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100% 관중 수용이 이뤄졌다. 벤치클리어링의 재개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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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부르기 충분한 상황적 배경이 있었다.
우선, 스파크맨의 투구 스타일이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스파크맨을 처음 만난 구자욱은 처음 상대한 뉴페이스 외국인 투수의 첫 공에 화들짝 놀랐다. 149㎞ 패스트볼이 다리 쪽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공은 놀라서 피한 구자욱 뒷쪽으로 흘렀다. 포수가 포구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빠진 공. 구자욱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타자는 다리 쪽을 향해 날아오는 공에 예민하다. 실수려니 했지만 기억에 남았다.
5회 다시 한번 하체 쪽으로 날아온 공에 기어이 맞은 구자욱이 크게 흥분한 이유다. 게다가 스파크맨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제구를 유지했다. 공교롭게도 주포 구자욱에게만 두차례 크게 빠진 공이 들어오면서 분노가 폭발했다. 가뜩이나 구자욱은 3회 두번째 타석에서 스파크맨의 바깥쪽 빠른 공을 밀어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했던 터.
오른손 투수의 패스트볼 실투는 통상 오른손 타자를 맞힐 확률이 높다. 강하게 던지려다 밸런스가 흔들리면 릴리스 포인트가 늦어져 공이 밀리면서 우타석 쪽을 향하기 쉽다. 반대로 왼손 타자 몸으로 향하는 공은 릴리스 포인트를 길게 끌고 가는 경우다. 구자욱으로선 순간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인 정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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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맨은 구자욱 전 동료였던 벤 라이블리를 연상케 할 만큼 익스텐션이 좋은 투수. 타자 쪽으로 릴리스 포인트를 길게 끌고 나와 강하게 때리는 스타일이다. 왼손 타자 몸을 향하는 패스트볼이 나올 수 있다. 실제 구자욱 다음 타자인 우타자 피렐라 타석 때 바깥쪽으로 크게 빠진 폭투를 범했다. 왼손 타자였다면 두 타자 연속 몸에 맞을 수 있었던 공이었다.
게다가 2-2로 팽팽하던, 스파크맨 자신의 데뷔 첫승이 걸려 있는 5회 1사에 특별한 악연이 없는 구자욱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굳이 실점 위기를 만들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구자욱은 경기가 끝난 뒤 이대호 전준우 등 롯데 선수단을 찾아 미안함을 표시하고 오해를 풀었다. 평소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구자욱 다운 쿨한 모습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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