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이틀 연속 무너진 수호신, 그러나 사령탑은 신뢰를 노래했다[대전 리포트]

◇대전=정재근 기자 [e-mail]

[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는 정우람이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주저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우람이 한화의 수호신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없었다. KBO리그 역대 투수 최다 출전, 8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및 200세이브 고지를 바라보는 빛나는 커리어가 만든 역사이자 현재였다. 그러나 최근 이런 위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14~15일 대전 NC전에선 두 차례 세이브 상황에서 모두 동점을 내주는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우람이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SK 와이번스 시절이던 2015년 7월 28~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6년여 만이다.

전반기만 해도 정우람의 투구엔 흔들림이 없었다. 많지 않은 세이브 기회, 긴 등판 간격에도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도 피하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최근 정우람의 투구를 어떻게 분석했을까. 그는 "정우람 같은 유형의 투수는 커맨드가 동반돼야 한다. 여러 공을 보여주다 다양한 패턴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식이다. 최근엔 평소보다 볼이 많아지면서 타자들에게 유리한 카운트로 넘어가는 장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투구 유형상 볼 구사가 아예 없는 투수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볼이 많은 게 최근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정우람에게 언제까지 마무리 보직을 맡길 순 없다. 한화가 올 시즌 리빌딩을 선언한 만큼, 후반기 남은 기간 정우람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를 발굴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현 상황에선 정우람이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빅리그 시절 함께 했던 마무리 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의 예를 들며 "편한 상황에서 한번씩 던지고 자신감을 쌓은 뒤 본인의 롤(마무리)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정우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작업이 선행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이날 삼성전서 4대2로 앞선 9회초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고 1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역대 3번째 8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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