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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승부처 1사 만루에 상대 타자가 추신수-최정. KBO리그 투수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하지만 김진욱은 달랐다. 자신의 남다른 '그릇' 크기를 스스로 입증해보였다.
롯데와 SSG는 유통 라이벌전답게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1회 롯데가 2점을 선취했지만, 곧바로 SSG가 추신수의 홈런을 앞세워 3-2로 뒤집었다.
롯데는 7회 정훈의 2타점 적시타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지만, 추신수가 내야를 흔든데 이어 한유섬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4-4 균형을 이뤘다.
운명의 승부는 8회말이었다. 롯데는 베테랑 오현택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오현택은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절체절명의 승부처. 최현 감독 대행의 선택은 놀랍게도 19세 신인 김진욱이었다.
수비도 김진욱을 도왔다. 최지훈은 절묘하게 3루 라인쪽 번트를 댔지만, 한동희와 마차도를 위시한 내야의 시프트가 완벽하게 움직이며 2루주자를 3루에서 잡아냈다.
다음 타자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만루. 여기서 다음 상대는 메이저리그 16년 경력, 20년 나이차이의 추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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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진욱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직구를 앞세워 패기만만한 승부를 이어갔다. 추신수를 삼진, 이어 최정마저 삼진 처리했다. 김진욱은 돌아서서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로 속마음을 대신했다.
경기 후 만난 김진욱은 평온한듯 들뜬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김진욱은 '8회 그 상황, 추신수 최정을 잡아낸 소감'을 묻자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다보니 타자가 추신수 선배였을 뿐이다. 내 직구 하나 믿고 던졌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추신수가)직구 타이밍이 늦는 것 같았다. (지)시완이 형과 마음이 잘 통했다. 만루라 3-2가면 부담스러워서 빨리 끝낸다는 생각으로 직구를 택했다."
앞선 등판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불펜에 좌투수가 2명 뿐인데, 자신의 출격을 예상했다는 것. "왼손 타자 상대를 생각하며 준비한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과가 잘 나와서 좋다. 이대호 선배님이나 다른 선배님들이 '맞아도 직구로 맞아야지, 변화구로 맞으면 후회되고 아쉬울 거다'는 얘기를 여러번 해주셨다. 그래서 그냥 직구를 던졌다."
2002년생 김진욱과 1982년생 추신수는 정확히 20년 차이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김진욱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김진욱은 "내가 추신수 삼진 잡아봤다. 평생 안고 떠들 수 있는 얘긴 거 같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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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부터 신인왕 후보로 꼽히던 김진욱은 시즌초 선발로 4차례 등판, 사실상 실패했다. 이후 래리 서튼 감독은 김진욱의 보직을 불펜으로 옮겼다. "불펜에서 짧게, 성공경험을 많이 쌓으며 자신감을 회복하라"는 뜻이었다.
김진욱은 "선발은 생각할게 많다는 부담이 있다. 프로 오니까 생갭다 볼넷이 많고, 좌타자 피안타율이 높아 생각이 많았다"면서 "불펜은 생각없이 눈앞에 타자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한타자 한타자 더 신중하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구속도 올랐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나승엽, 이의리 등 동기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덕분에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다"며 활활 불타오르는 내면도 내비쳤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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