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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롯데 또 파열음, 신뢰-타협 없는 현장과 프런트는 결국 공멸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0-13 08:43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힘을 모아도 모자란 벼랑 끝이다. 그러나 손을 맞잡긴커녕 서로 떠밀고 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의 '작심 발언 릴레이'가 화제다. 연일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롯데 프런트가 9명의 선수를 웨이버 공시한 8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KT 위즈전을 앞두고 있던 허문회 감독은 사전 인터뷰에서 모든 질문이 끝나고 자리가 정리되려는 순간 불쑥 "웨이버 공시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 언론 기사를 통해 보고 알았다. 정보 고맙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인터뷰 당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자기 생각을 전했다.

이틀 뒤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1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는 "현장의 부족한 면을 메워주는 것이 프런트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런데 구단에서 'A가 좋으니 써'라고 하면 갑질이다. 'A가 출루율이 좋고, 발도 빠르다' 등 정확한 데이터가 있다며 전달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이면 그것은 소통이다. 그러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이 만능은 아니다. 혼자 다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도 무조건 프런트 야구를 하지 않는다. 현장과 프런트가 역할을 잘 나눠서 했으면 좋겠다. 책임은 같이 져야 한다. 이제부터는 그런 불상사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 안팎에선 이런 허 감독의 발언이 의아스럽다는 반응. 롯데 프런트는 웨이버 공시 전날 명단을 확정해 이튿날 현장 관계자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정반대의 발언을 내놓았고, 이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을 앞두고 내놓은 발언의 시기와 의도도 마찬가지. 최근 키움 히어로즈에서 자진 사퇴한 손 혁 전 감독 이슈가 이어지던 시기였지만, 허 감독을 향한 물음은 이런 정황과 비껴간 것이었다. 그런데도 허 감독이 굳이 프런트를 겨냥한 이유에 물음표가 붙었다. 롯데가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2군 육성 및 운영, 데이터 강화 등을 시도하며 올 시즌 사실상 '프런트 야구'의 첫발을 떼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허 감독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롯데 현장-프런트 간의 불협화음설은 올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 2군 대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던 장원삼이 부진한 이튿날 허 감독이 "다음 임시 선발도 2군의 선택을 배려하고 존중하겠지만 결과가 또 안 좋으면 그때는 내가 선택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롯데 이석환 대표이사가 고교야구 결승전 관전을 앞두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단장 간의 불협화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 대표이사는 외부시각처럼 불협화음이 알력싸움으로 변질될 수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풍문처럼 떠돌던 이런 설을 내부 핵심 관계자가 외부를 통해 공식화한 꼴이 됐다. 야구계에도 오래 전부터 롯데 감독-단장 간의 불화는 기정사실화돼 있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문제가 최근 웨이버 공시를 통해 다시 터졌다는 시각이다.

허 감독이 강경 발언을 내놓은 시점에 롯데는 희미하게나마 5강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이럼에도 허 감독이 그토록 강조해온 '선수단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거론한 이유는 뭘까. 시즌 막판 동력을 얻기 위한 노림수라는 평도 있다. 외부를 때려 내부를 결집시키고 목표로 향하는 지도법은 비단 그 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 스포츠 지도자들이 쓰는 하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동안 허 감독은 선수단이 위기에 빠진 시점마다 농담을 넘어 '센 발언'을 꺼리지 않았던 모습들을 돌아보면 일면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소통법은 단기적 충격 요법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내부가 아무리 견고해도 외부에 적이 늘어난다면 궁지에 몰리는 것은 결국 본인이기 때문이다.

현장-프런트 간의 이견조율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충돌은 10개 구단 모두가 매 시즌 겪는 일이다. 이런 집안일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알리며 화풀이를 하는 건 결국 소득 없는 감정싸움을 넘어 구단의 격 자체를 떨어뜨리는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원팀이 돼야 할 현장과 프런트가 감정싸움을 반복하는 것은 결국 기본적인 신뢰의 부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프런트는 겉돌기만 했다. 외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을 뿐, 타협점을 만드는 노력은 부족했다. 현장이 프런트 의견을 무시한 채 플랜과 정반대의 길로 가는 부분에 아쉬움은 있을 수도 있다. 2군 개조와 육성이라는 명확한 방향성과 꾸준함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그 결실인 현장에서 다른 길을 걷는다면 그 이유와 개선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과로 평가받는 프로의 세계에서 '절대 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관리의 책임을 현장만 지는 게 아니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타협점을 만들지 못한 프런트 역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허 감독은 "내년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롯데 프런트의 시선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깨진다. 작금을 볼 때 이들 모두에게 미래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가 그동안 파열음을 낼 때마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떠올려봐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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