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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KT스포츠단 남상봉 대표이사 "내 고객은 프런트-선수단, 명문구단 도약 목표"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8-04 07:00


◇KT스포츠단 남상봉 대표이사.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창단 첫 5할 승률에 도전했던 KT 위즈는 올해 개막 두 달여 만에 5할 승률을 돌파했다.

동행 2년차 이숭용 단장-이강철 감독의 '특급 캐미'는 굳건하다. 그간 공을 들여온 미래 자원 육성은 배정대 조현우 조병욱 등의 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창단 첫 시즌부터 3년 연속 꼴찌를 하고, 3할대 승률을 기록하는 등 '막내 티'를 벗지 못했다. 한때 프로야구 질적 하락의 원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는데 상전벽해다. KT는 올해 창단 첫 5강 달성을 노린다. 제2의 도약이다.

성적은 명문 구단으로 가는 첫 조건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반짝 활약에 그친다. 지난 4월 KT스포츠단에 취임한 남상봉 대표이사(57)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다음은 일문일답.

-KT스포츠단 부임 후 3개월이 흘렀다.

원정경기도 꽤 다녔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빼고 모두 방문해봤다. 대구 원정 때는 비가 와서 가질 못했다. 선수단이 원정에서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하는지, 또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외 다른 구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다. 2010년 이후 신축구장과 오래된 구장 간 차이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원NC파크는 공원이 조성돼 있는 외야에서 산책하듯 입장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역임했던 직무와 다른 부분이 많아 어색함도 있었을 것 같다.

법조인을 거쳐 KT에서도 법무실장, 윤리실장을 지냈다. 법조 연장선상에서의 근무였지만,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며 사업을 점검할 기회도 많았다. 사실 숫자에 관심이 많다 보니, (스포츠단에서)어떻게 이문을 낼지,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할 지를 고민했다. KT 위즈는 창단 때부터 TV 뿐만 아니라 현장 관전을 했다. 경력 탓에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오더라.(웃음)

-밖에서 볼 때와 야구단 사장으로 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젊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사장이 할 일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웃음) 차분하게 조직을 이끄는 데 집중하고, 구성원이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주는 게 우선 아닐까 싶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부임 직후 프런트 직원 전원을 상대로 면담을 실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KT스포츠단 직원이 60명 정도다. 선수단까지 합치면 수백명이지만, 우선 프런트 60명만 30분씩 1대1 면담을 했다. 한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고객은 팬이고, 팬이 없으면 스포츠단은 존재가치가 없다. 팬 서비스 최전선엔 선수단과 프런트가 있다. 그렇다면 내 고객은 프런트라고 생각했다. 고객 눈높이에 나를 맞추는 게 급선무라 판단했다. 듣는 것이 먼저였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내가 도와줘야 할 일, 어떤 조직이 됐으면 하는 지를 물었다. 면담에 앞서 1주일 동안 고민해보고,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스포츠단의 방향성, 선수 내부 육성, 지역 밀착 활동 강화, 감성 케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면담 내용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실행을 검토 중이다.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은 2년째 협업중이다.

둘의 캐미가 아주 좋다. 자신의 임무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다. 이숭용 단장은 선수 출신이라 선수단 사정을 훤히 꿰고 있으면서도 이강철 감독을 철저히 보좌한다. 이강철 감독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단장-감독이 매주 정례 회의를 한다. 데이터 분석팀 자료를 기반으로 특정 플레이를 어떤 타이밍과 타순에서 해야 할 지에 대해 분석하는 모습도 봤다. 이숭용 단장이 운영, 육성, 스카우트, 데이터, 기획 등 관련 부서 회의를 토대로 건의할 내용이 있으면 이강철 감독에게 전달한다.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모습이 좋다.

-KT는 젊은 팀이다.

젊은 선수 육성 성과에 대해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숭용 단장이 신경 써서 강화시킨 부분이 점차 나오고 있다. 군 제대 선수들까지 합류한다면 더욱 좋은 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KT 팬들은 여전히 약체, 신생팀으로 인식되는 부분에 아쉬움이 큰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언젠가 TV중계를 보는데 모 해설위원은 우리 팀이 경기 중 리드를 허용하니, 아예 지는 것을 전제로 해설했다. 굉장히 언짢았다. 그런데 6연속 위닝 시리즈를 하니 해설 톤이 바뀌었다. 역시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선 결과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최근 강백호, 로하스, 허 훈(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등 KT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전까지 KT하면 떠오르는 스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하나 둘 씩 나오고 있다. 이런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돼야 한다.

-가장 마음이 가는 선수가 있다면.

조용호와 배정대다. 그 선수들이 타석에 설 때면 나도 모르게 기대가 된다. 못하면 안타까움이 크다.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더 성장하고, 더 많이 웃었으면 한다.

-한때 강백호의 태도를 두고 개성 논란이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개성이 어디까지 용인돼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경기장 안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결국 열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나도 그게 맞다고 본다. 경기에 집중 하다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싶다.

-언택트 시대에서 KT의 비대면 시구, 응원전이 화제가 됐다.

(관중 입장 전)언택트 응원전을 해보니, 차내와 캠핑장, 심지어 해외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팬들이 접속을 하더라. 직관을 하고 싶어도 못 오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기업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응원전은 늘 만석이었다. 직관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하는 '집관'도 충분히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5G 기술을 활용한 프로모션, 지역밀착 마케팅 등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야구, 농구, e스포츠 등 프로 뿐만 아니라 하키, 사격 등 아마 종목 선수단도 이끄는 위치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프로팀은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사랑 받는 구단이 돼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불안감 없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조성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KT 위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문 구단이 돼야 한다. 하루 아침, 한 번 반짝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KBO리그에서 명문팀으로 불리는 다른 구단들처럼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지역 유대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들이 일하기 좋고, 누구나 일하고 싶은 회사가 돼야 한다. 그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KT스포츠단 남상봉 대표이사.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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