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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고 시속 154㎞ 직구와 142㎞ 슬라이더가 타자를 압박한다. 어렵게 내민 방망이는 여지없이 허공을 가른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피날레를 장식하던 SK 와이번스 '깜짝 마무리'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20년에는 이 모습을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보게 됐다.
KBO리그 시절 김광현은 불펜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7년 데뷔 이래 선발투수로 정규시즌 276경기를 소화하며 136승을 올렸지만, 불펜 투수로선 22경기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신인 시절과 부상 복귀 과정에서의 실전 테스트. 마무리 경험은 2010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사실상 전부다.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시범경기를 통해 마무리 투수로서 강렬한 쇼케이스를 펼쳤다. 이날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가 6대3으로 앞선 9회초 등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투구수는 16개.
왼손 타자 프랭키 코데로와 닉 히스는 최고 94마일(약 151.3㎞)에 달하는 직구를 앞세워 잇따라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오른손 타자인 바비 위트 주니어를 상대로는 특유의 빠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마무리투수에게 꼭 필요한 삼진 능력을 증명했다. 김광현의 올시즌 5차례 시범경기 성적은 9이닝 14탈삼진 무실점.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맞이한 자신의 생일(7월 22일)과 마무리 데뷔를 자축한 완벽투였다. 마이크 실트 감독도 "투구 템포과 공의 움직임이 좋다. 다양한 타자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냈다. 김광현을 내가 마무리로 세운 이유"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발투수는 타자의 시선을 유혹하는 다양한 구종과 타이밍을 빼앗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무리는 막강한 구위가 핵심이다. 김광현은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뿜어내는 150㎞대 직구 외에 강력한 '종 슬라이더'도 지니고 있다. 이미 수 차례 국제대회를 통해 '월드 레벨'로 검증된 공이다.
미국에서도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특히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일수록 더욱 그렇다. 2015년 캔자스시티는 캘빈 에레라, 웨이드 데이비스, 그렉 홀랜드 등 강력한 불펜을 바탕으로 30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뉴욕 양키스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에게 5년 8600만 달러(약 1030억원), LA 다저스는 켄리 잰슨에게 5년 8000만 달러(약 958억원)의 계약을 안겼다. 이쯤 되면 리그 수위권의 선발투수 못지 않은 연봉이다.
손 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김광현의 마무리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18~2019년 투수코치로 김광현과 사제관계를 맺었던 손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생각이 많을 필요가 없다. 가장 잘 던지는 공에만 집중하면 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개막전을 치른다. 개막전 선발은 잭 플래허티. 김광현은 출격 준비를 마쳤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올시즌 김광현 시범경기 등판일지
등판일=상대팀=주요 기록=결과
2월 22일=뉴욕메츠=1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2월 26일=마이애미=2이닝 3탈삼진 무실점=-
3월 5일=뉴욕메츠=2이닝 3안타 2탈삼진 무실점=-
3월 9일=미네소타=3이닝 2안타 4탈삼진 무실점=승
7월 23일=캔자스시티=1이닝 3탈삼진 무실점=세이브
※5경기 1승1세이브, 9이닝 14탈삼진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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