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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나 보라고 일부러 힘들다고 하는 것 같은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발단(?)은 허경민의 유격수 기용 문제다. 김태형 감독은 7월초에 치른 4경기에서 허경민을 3루수가 아닌 유격수로 내보냈다. 주전 유격수인 김재호가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타선 최적화를 위해 허경민을 유격수로 쓰고 최주환을 3루로, 오재원을 2루에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다. 사실 허경민에게 유격수가 매우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광주일고 재학 시절, 오지환, 안치홍, 김상수 90년생 동기들과 함께 당시 국가대표까지 주름 잡았던 '4대 유격수' 중 한명이었다. 프로 입단 초창기에도 유격수로 종종 출장했었다. 하지만 두산에서는 유격수 자리를 꿰차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3루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격수 출장 빈도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1일 경기 유격수 선발 출장은 2016년 9월 27일 대전 한화전 이후 1373일만의 일이었다.
그러자 김태형 감독이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김 감독은 "경민이가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 보라는 듯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더라. 못하겠다는 말 꺼내지도 말라고 일러뒀다"고 웃었다.
사실 허경민이 3루에 유격수까지 같이 소화해준다면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호가 몸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 본인은 할만 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계속 몸을 살펴야 하는 선수다. 몸 상태가 안좋으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인은 의욕적으로 하는데, 힘든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수비 실책도 나오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허경민이 유격수를 봐주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허경민의 유격수 수비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태형 감독은 또 "잘하고 있다. 그 정도면 괜찮다. 어느 팀 유격수랑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3루만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본인의 값어치를 올리는 일이다. 경민이가 정말 유격수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억지로 안 쓴다. 충분히 할 수 있고, 실력이 있는 선수니까 유격수도 같이 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물론 여전히 허경민의 주 포지션은 3루다. 하지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멀티 포지션' 겸업은 첫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있는 그에게는 분명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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