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분석]롯데, 전준우 1루 겸업 계획 수정? 청백전서 드러난 경쟁 판세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4-16 07:00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외야수 전준우(34)의 1루수 겸업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야심차게 준비한 변화 중 하나였다.

지난해까지 좌익수로 뛰었던 전준우에게 1루수를 맡겨 내야 안정감을 키움과 동시에 타격 집중력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전준우가 대학 시절 및 프로 초창기 내야를 경험했다는 점, 뛰어난 신체 능력과 야구 센스 등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전준우 역시 "언제나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1루수 자리를 잘 책임진다면 그것도 내게 플러스 요인이 된다"며 성공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리그 개막을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롯데의 국내 청백전에서 드러난 기류는 이런 계획과 차이가 있다. 롯데가 지난달 21일부터 15일까지 치른 9차례 국내 청백전에서 전준우가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것은 3일 딱 한 차례 뿐이다. 나머지 8경기 모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좌익수로 나섰다가 경기 후반부에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경우가 잦았다.

전준우는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1루 수비 향상에 공을 들였다.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포지션 전향에 따른 부담이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이라는 장점도 희석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준우는 빠르게 1루 수비에 녹아들며 성공 가능성을 키웠다. 다만 실전 경험을 좀 더 쌓아야 안정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채워질 부분으로 여겨졌지만, 롯데 허문회 감독은 1루가 아닌 기존 좌익수 자리를 맡기는 선택을 했다.

복잡한 계산법이 작용했다. 허 감독은 주전-백업이 혼재된 라인업으로 모든 경기를 치르고 있다. 내부 경쟁을 극대화해 그간 강조했던 플래툰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민병헌(33)-손아섭(32)이 각각 중견수, 우익수로 나서면 전준우가 상대팀 좌익수로 나서는 식으로 외야 구성을 짰다. 전준우가 1루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만큼, 남은 시간을 테스트에 좀 더 활용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준우가 맡아온 좌익수 자리의 플래툰 완성은 더딘 눈치다. 9차례 국내 청백전에서 드러난 기록을 보면, 강로한(28)이 중견수 8차례, 김재유(28)가 우익수로 7경기를 뛰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좌익수 자리에선 허 일(28)이 5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김동한(32)이 2회로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허 일은 중견수(2회)-우익수(1회)도 맡는 등 좌익수 고정이라 보긴 어렵고, 주포지션이 내야인 김동한은 임시 포지션 성격이 짙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추재현(21)도 우익수(3회)와 지명 타자(1회)로 나서고 있다. 직접 비교가 가능한 타격에선 강로한이 3할6푼8리(19타수7안타), 1홈런 3타점으로 비슷한 출전수를 기록한 김재유(1할, 20타수2안타)나 허 일(2할, 25타수5안타)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올해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강로한은 여전히 타구 판단 등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고, 코너가 아닌 센터 라인 자원으로 분류된다. 마땅한 좌익수 자원을 찾지 못한다면 전준우의 1루 겸업 계획도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전준우가 자리를 비운 1루에선 또다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명 타자 역할을 맡아온 이대호(38)가 청백전에서 줄곧 1루 수비에 나서는 가운데, 정 훈(33)과 한동희(21), 김민수(22)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세 선수 모두 3회씩 1루수 글러브를 끼고 선발 출전했다. 정 훈은 그동안 유력한 1루 백업 요원으로 거론됐고, 한동희와 김민수는 3루에서도 경쟁을 펼치는 선수다. 타격에선 1루수 출전 3경기서 3개의 안타 중 2개를 홈런포로 장식한 김민수의 방망이가 두드러지나, 수비에선 경험 면에서 앞선 정 훈이 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감독은 21일부터 시작될 연습경기까지 남은 기간 실험을 계속해 윤곽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경쟁의 결말에 따라 전준우의 1루 겸업 계획도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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