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타임머신] 말많고 탈많은 세리머니, 그래도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최문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06 06:45



야구 경기에서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끝내기 안타를 친 타자와 동료들의 합동 세리머니, 아슬 아슬한 승리를 지킨 마무리 투수와 포수의 세리머니, 중요한 순간에 삼진을 따낸 투수의 세리머니,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그리며 달리는 홈런 타자의 세리머니 등 여러 가지다. 선수들이 자신의 성취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의식'인 세리머니는 한 번에 여러 가지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세리머니 안에는 상대방의 기를 꺾으면서도 동료들의 사기 올리는 동시에 팬들을 열광시키는 힘이 들어있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부작용을 낳는 법, 큰 점수차이에서 과도한 세리머니는 상대투수의 빈볼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홈런타자가 타구를 너무 오래 바라보거나, 그라운드를 너무 천천히 돌거나, 과도한 배트플립 (일명: 빠던) 또한 매너 없는 행동으로 평가 받는다.

<국민타자의 세리머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경험했던 '국민타자' 이승엽의 세리머니는 무표정하거나 시크하기 일쑤였다. 이승엽은 경기후 홈런 상황을 묻는 질문에 "과한 세리머니로 어린 투수를 기죽이고 싶지 않았다"거나 "상대의 실투를 잘 받아 쳤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려 깊은 타자였다. 묵묵하게 그라운드를 달리는 국민타자의 세리머니속에 배려와 겸손의 뜻이 담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팬들은 더 큰 박수를 보냈다. 홈런을 치게 되면 그 짜릿한 손 맛과 정적을 깨는 함성 때문에 기쁨을 참는 것이 오히려 힘들 것 같은데 이승엽은 그것을 수도 없이 해낸 것이다.


프로야구 1호 홈런, 1호 안타, 1호 타점, 첫 통산 100홈런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헐크' 이만수 전 감독은 현역시절 기쁨을 감추지 않는 세리머니로 상대팀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상대를 자극한 세리머니>

프로는 쇼맨십이 중요하고 세리머니도 팬 서비스의 하나로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이도 있다.

프로야구 1호 홈런타자 이자 원년 홈런왕 출신 이만수 전 SK감독은 현역시절 기쁨을 참지 않고 펄쩍 펄쩍 뛰는 세리머니로 상대팀의 미움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기쁨을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표현했던 세리머니 때문에 그는 은퇴 때 까지 118개의 공을 맞았다. 그럼에도 이만수 감독은 이런 세리머니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저한테 세리머니를 하지 마라 하면 팥소 없는 찐빵 입니다. 어느 누가 봐도 이만수라고 표현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언론에서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고, 또 상대팀 투수한테도 빈볼을 제일 많이 맞아 봤고, 그렇게 맞더라도 저의 세리머니는 멈추지 않았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자기팀에 기를 불어 넣으면서 상대방을 자극하지않고, 팬들의 흥까지 돋우는 세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세리머니는 언제나 난제다. 어느 정도의 세리머니가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은 언젠가 또 반복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세리머니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것은 선수와 팬들을 연결하는 특별한 공감의 순간이자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기 때문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4.06/


<상대의 기를 뺏는 세리머니>

2014년부터 세 시즌 동안 굵직한 기록을 남기고 떠난 NC 테임즈의 '수염 뽑히기'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큰 추억으로 남았다. 김태군과 단짝이 되어 펼친 이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팀의 승리를 낳는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하지만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여간 약 오르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상대팀 투수들은 홈런 한개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 이 세리머니를 보지 않으려 테임즈의 방망이를 묶는데 주력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로이스터 감독과 강민호의 하마입 세리머니
<언어 대신 소통하는 세리머니>

2008년 한국프로야구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한 로이스터 감독은 만년 꼴찌였던 롯데에 신바람을 일으키며 팀을 4강에 올려 놓았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미국식 쇼맨십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등 마케팅에서도 매직을 일으켰다. 감독의 권위가 하늘과 같았던 당시로선. 선수가 감독을 마주 보며 입 크기 대결을 펼치는 광경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승리의 상징과 같았던 이 세리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 감독과 선수들의 격의 없는 소통의 방식이었다. 로이스터 감독 아래서 롯데는 구단 최초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7년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KIA 버나디나가 홈런을 치고 헬맷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감독도 따라하는 세리머니>

2017년 KIA 우승을 견인하고 외국인 최초 20홈런-20도루와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버나디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 였다. 그의 헬멧 세리머니는 머리가 짧았을때 헬맷이 헐거워져 붙잡고 뛰었던 것이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이었다. 이 특유의 세리머니는 감독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의 모든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동참하는 의식이 되었다.


2013년 5월 26일 SK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적시타로 승리를 이끈 정의윤의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임찬규가 물세를 퍼붓고 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물의를 빚은 세리머니>

2013년 5월 26일, LG와 SK의 경기에서 수훈 선수로 선정된 정의윤이 인터뷰하던 중 임찬규가 물을 끼얹는 세리머니를 해 정인영 아나운서가 물벼락을 맞았다. 임찬규는 그 전에도 정인영 아나운서와 팀 동료 이진영이 인터뷰할 때 물을 뿌린 적이 있었다. 물벼락 세리머니의 경우 감전사고와 방송 사고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수 있어 방송사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에 임찬규는 주의를 받고 과도한 세리머니에 대해 사과 했으며 선수협 차원에서도 팬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위들을 자제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급한' 홈런 세리머니로 해외 토픽에 실린 전준우
2013년 5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에서 전준우가 큰 포물선을 그리는 플라이를 친 뒤 마치 홈런을 때린 것처럼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 = 미 CBS스포츠 보도화면 캡처)
<해외토픽에 오른 세리머니>

롯데 전준우가 2013년 5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큰 타구를 쳤다. 풀스윙을 한 전준우는 홈런을 확신한 듯 방망이를 던진 뒤 손가락으로 더그아웃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뛰어 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플라이 아웃, 국제적으로 알려질 만큼 민망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국 CBS 스포츠는 이 장면을 다루며 홈런 세리머니를 하기 전 첫째. '홈런을 쳤는지 확실히 확인하라', 둘째 '다른 팀 선수가 자신을 위로하게 하지 마라' 셋째 '방망이 던지는 것을 연습하거나 계획하지 마라. 방망이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전준우의 경우는 방망이 던지는 것을 미리 계획한 것처럼 보였다'라는 평가를 냈다.


2018년 5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경기에서 김재환의 끝내기 투런 홈런 때 세리머니 도중 부상을 당한 박건우
<부상을 부른 세리머니>

2018년 5월 15일 두산과 SK 경기에서 김재환의 끝내기 투런 홈런 때 홈을 밟은 박건우가 세리머니 과정에서 쓰러졌다. 선수들이 엉키는 격한 세리머니 과정에서 뒷머리를 가격당한 박건우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축제 분위기 대신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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