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심층인터뷰]"'욱' 했던 나, 조금 편안해졌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10-30 05:30


2019 KBO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19.10.23/

-'역대 최고' 3년 28억원에 재계약 한 김태형 두산 감독

-"2년의 준우승, 자존심 찾고 싶었다"

-"유니폼 입고 있을 때가 행복"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하루 전날 "양복을 입고 2시까지 구단 사무실로 오라"는 언질을 받았다. 차를 타고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 기분은 설레기도 하면서 편안했다. 그는 "감독은 협상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단에서 '잘 맡아주세요' 하면 '네' 하는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전 풍 사장과의 계약 면담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시간 정도 시간이 흘러 전 풍 사장, 김태룡 단장, 김태형 감독이 웃으며 구단 사무실을 나왔고, 잠시 후 두산 구단은 3년 총액 28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7억원)에 재계약을 발표했다. 역대 모든 감독을 통틀어 총액 1위 계약이다. 지난 5년동안 거둔 성과에 대한 감독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이다.

'장수 감독' 예약이다. 이번 재계약 기간을 채우면 두산 감독으로 8시즌을 보내고, 또 한번의 재계약을 한다면 그 이상이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이라는 요즘 KBO리그 트렌드(?)에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인물이다. 2015시즌을 앞두고 처음 감독이 됐을 때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자신도 몰랐다. 김태형 감독은 "보통 감독들이 다 똑같지 않을까. 재계약 한번 정도만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대신 나는 두산에 워낙 오래 있었기 때문에, 내 미래 거취를 생각하기보다 당장 이 선수들을 데리고 어떤 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될 대로 되라'고 하면서 아무 두려움 없이 시작했다. 그 해에 너무나도 운 좋게 우승을 했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특히 "감독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들이 많다"고 했다. 야구 외적인 부분들이다. 김태형 감독은 처음에 다가가기 쉬운 스타일은 아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편이기도 하고, 무뚝뚝한 말투 때문에 오해를 받은 것도 몇차례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 집안 사람들이 다 툭툭 내뱉는 말투라 그렇다"며 멋쩍게 긁적였다. 선수들에게 다정한 이야기도 못한다. 굳이 한마디를 요청하자 "우리 선수들 장하다"고 표현한 게 전부다.

그는 "나는 그게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왜 나를 이렇게 생각할까? 라는 마음도 있었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내가 만든 것 같다. 처음 2년은 야구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미디어나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프런트가 맡아주는 거고, 나는 야구만 하면 된다 싶었다. 이제는 야구 말고 그 옆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해도 이 사람은 날 아니까 이해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20명과 인터뷰를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나 한명을 바라보고 있는 거다. 감독을 하면서 야구쪽에도 많이 느끼지만 이런 부분에도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솔직한 고백이었다.


2019 KBO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22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오재일이 9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치고 김태형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10.22/

선수들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예전보다 '욱' 올라오는 것을 눌러서 편하게 보니까 내 마음 전체가 편안해지더라"고 했다.

가장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두번의 준우승이었다. 두산은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작년에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하고도 최종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상처로 남았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김태형 감독에게도 시련이었다. 김 감독은 "올해 내 재계약보다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올해 시즌 초중반 팀이 2~3위를 맴돌때, 수장인 자신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도 잘 알고있다. 김태형 감독은 "1위를 하다가도 떨어지면 욕을 많이 먹는다. 그게 참 힘든 것 같다. 감독은 말이 필요 없는 자리다.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면서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 말고는 즐거운 날이 없는 것 같다. 감독은 하루살이 같다. 오늘 지면 내일 연패를 걱정하고, 오늘 이기면 내일 어떻게 이길지 고민한다. 그래도 유니폼 입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벗으면 그냥 동네 아저씨로 돌아간다"며 웃었다.

지난 5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면, 앞으로의 3년은 어떤 팀의 모습일지 궁금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두산 역시 앞으로 숱한 변화가 있을거고, 어떤 모습으로 바꿔갈지는 전적으로 현장 책임자인 감독에게 있다. 또 내년이면 주전 선수들이 무더기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때문에, 그 후를 대비한 리빌딩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나온다. 김태형 감독은 이전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억지로 하는 리빌딩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김 감독은 "미리 계획을 해서 억지로 젊은 선수들만 쓰는 것은 맞지 않다. 캠프 가고, 시범경기 통해서 항상 컨디션이 제일 좋은 선수들을 쓰는 게 맞다. 또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판단을 빠르게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전력에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바꿀지만 대비해놓으면 된다. 아무리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도, 고참 선수들이 기가 막히게 잘하면 굳이 그들을 제외할 필요가 어디 있겠나. 항상 우리팀의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강조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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