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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인터뷰를 하던 배영수의 입에서는 '은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었다.
그리고 불과 3일이 지난 29일 배영수의 결심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배영수는 28일 김태형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은퇴 결심 사실을 알렸다. 사실상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배영수가 은퇴를 어떤 식으로 하게 될지, 또 은퇴 후에 정확히 어떤 보직을 맡을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조만간 두산 구단이 배영수와 만나 논의를 해야한다.
가장 극적이고, 가장 감동적이었던 한국시리즈 마지막 등판이 그의 결심을 도운 것일 수도 있다. 배영수는 지난해 한화 이글스를 떠난 후 어렵게 두산으로 이적할 수 있었다. 자칫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서 한국시리즈 첫 등판을 하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큰 고민 없이 배영수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넣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치열한 접전 상황에서 배영수가 등판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하지만 김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배영수보다 더 나은 대체 투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회를 줬고, 8번째 우승 반지를 낄 수 있게 했다.
시리즈 내내 접전이 펼쳐지며 배영수의 등판 기회가 오지 않을듯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 마지막 이닝에서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하며 이용찬이 강제로 강판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때 배영수가 웃으며 마운드에 올라갔다. 배영수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솔직히 내가 웃으면서 올라갔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20년차 베테랑도 떨리는 게 한국시리즈 무대다. 배영수는 "무조건 (위기를)막자는 주문만 외우며 올라갔다"고 했고, 리그 최강 타자 박병호와 제리 샌즈를 아웃시키면서 우승 확정 투수가 됐다.
어쩌면 그순간 배영수는 마지막 등판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했을 것이다. 우승이 확정된 후 배영수는 "그 어떤 우승보다 기쁘고 감동적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패기가 넘치던 20대 배영수가 아닌, 불혹을 앞둔 그이기에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마운드에 있을 것이란 예상을 못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이 스스로에게도 더 벅찬 감동이었다. 많은 팬들이 고졸 신인으로 씩씩한 강속구를 뿌렸던 20살 배영수와, 한국시리즈 빗속 투혼의 10이닝 노히트노런, 그리고 수술과 고난. 숱한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의 현역 마지막 추억이 된 이번 한국시리즈는 배영수의 통산 25번째 등판이었다. 배영수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25'와 같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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