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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한화 이글스가 추락하고 있다. 최근 3연패, 최근 10경기 3승7패, 9위. 꼴찌 롯데 자이언츠와는 반게임 차에 불과하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맨 밑바닥으로 뚝 떨어질 판이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공격력 강화를 위해 시도했던 파격적인 전술은 먹혀들지 않았다. 1일 현재 한화는 팀타율 2할5푼2리로 꼴찌다. 더불어 외야수비는 자주 마운드를 혼란에 빠뜨린다.
시즌에 앞서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근우의 중견수 변신을 도모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정근우를 중견수로 돌려 공격력을 강화하려 했다. 수비와 기동력은 좋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이용규를 좌익수로 돌려 이용규-정근우-제라드 호잉으로 이어지는 외야를 구상했다. 이는 팀공격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 지난해 한화는 공격 때문에 골머리를 싸맸다. 타나베 노리오 코치(전 세이부 라이온스 감독)를 타격코치로 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정근우는 지난해 텃밭인 2루를 정은원에게 내줬다. 정은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정근우는 지명타자와 1루 외에는 갈곳이 없었다. 한화의 1루와 지명타자 요원은 넘쳐난다. FA 계약을 한 정근우를 활용하기 위해선 다른 루트가 필요했다. 정근우의 스피드와 야구센스를 살리면 외야수비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화 코칭스태프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지난해 좌익수 수비와 1루 수비를 새로 익힌 정근우에게 드넓은 중견수 자리는 부담이었다. 팬스 플레이는 '천하의' 정근우도 빠른 시일내에 수준급으로 해내기 쉽지 않았다. 파인 플레이를 아예 기대하지 않고 평범한 수비만 해줘도 된다며 많은 부분을 내려 놓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잡을 수도 있는 플라이가 장타로 돌변하면 마운드 위 투수들은 멘탈이 붕괴됐다. 스피드에는 슬럼프가 없다지만 왼쪽 무릎 수술 뒤 정근우의 기동력도 예전만 못하다.
결과적으로 정근우의 포지션 이동은 큰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좌익수로 밀려난 이용규는 포지션과 타순, 기회 부여 등을 이유로 팀에 반기를 들었다. 공개 트레이드를 요청한 뒤 징계를 받고 무기한 활동정지 중이다. 이용규가 FA계약 직후 신의를 저버리고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돌아선 부분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상당수 한화 팬들은 지금도 이용규건에 대해선 구단이 단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복잡한 외야 포지션 정리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정근우도 허벅지 부상으로 한달 넘게 뛰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1군에 복귀했지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정근우는 올시즌 25경기에서 타율 1할9푼3리에 홈런은 없고 16득점 6타점이다.
외야 수비 부담은 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37세 베테랑은 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타순 변동만 있어도 흔들리는 것이 타자들의 배팅 밸런스다. 내야수의 외야수 전향은 이보다 훨씬 큰 변화다.
한화로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아직 1군급이 아니다. 성장은 더딘 편이다. 이들과 베테랑 사이에 디딤돌이 돼줄 중간급 선수들은 태부족이다.
실험은 어디까지나 불확실성을 담보로 한다. 미래의 성공과 실패를 미리 점칠 순 없다. 다만 한화의 이번 실험은 시작부터 핫이슈였다. 위험성이 꽤 컸다는 얘기다. 답답하지만 한화로선 새로 꺼내들 카드조차 마땅치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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