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긴급진단]삼성 왕조재건, 구단주님 무작정 허리띠 조이기가 능사아닙니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9-06-04 07:00


7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전,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삼성 김한수 감독 승리의 하이파이브. 5월 4일 키움 히어로즈전.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지난달 27일, 이동일이던 월요일. 삼성 라이온즈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한이의 숙취 음주운전사고. 명예를 중시하는 본인의 선택은 은퇴였다. 전날인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상대 마무리 조상우에게 뽑은 역전 끝내기 2루타가 커리어 마지막 안타가 될줄 그 누구도 몰랐다. 박한이의 갑작스러운 불명예 퇴장. 김상수 등을 제외하고 삼성 라인업에 한국시리즈 풀타임 경험자가 거의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삼성은 지난 3년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올시즌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위와는 6.5게임 차 뒤진 채 6~9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객관적으로 삼성 선수층은 두텁지 않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새 이제 막 주전으로 발돋움 한 선수들이다. 그만큼 불안정하다. 긴 시즌 중 피할 수 없는 슬럼프 대처 능력도, 큰 흐름 속에서 경기를 읽고 풀어내는 능력도, 긴박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주전 공백을 메울 백업 선수도 부족하다. 2군에서 급히 올라온 박계범, 송준석, 공민규, 백승민이 바로 라인업에 배치될 정도다. 마운드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 중이지만 역시 경험부족이 문제다.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리빌딩은 조화가 필수다

상위권 경쟁을 하려면 '조화'가 필요하다. 경험 많은 선수와 성장중인 선수, 미래를 책임질 선수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삼성처럼 대부분 '성장중인 선수'로만 이뤄진 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상위권 경쟁이 결코 쉽지 않다.

구단은 성적을 원한다. 팬들의 열성적 응원도 바란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제 때 움직여야 한다. 투자도 때가 있다. 타이밍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팬들을 모으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메이저리그식 구장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했던 2016년은 투자 적기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직전 운영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직후 라이온즈에 투자의 손길은 확 줄었다. 돈을 못쓰다 보니 왕조의 주역이던 굵직한 선수들마저 우수수 빠져나갔다.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올시즌 창원NC파크 개장에 발맞춰 FA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한 NC의 행보와 대비되는 아쉬웠던 과거였다.


왕조 시절부터 라이온즈를 응원하던 충성팬들이 뿔났다. 항의가 빗발쳤다. 마지 못해 대응에 나섰다. 그마저 적절치 못했다. 성화에 못 이긴 어정쩡한 보여주기식 투자, 효과적일 수 없었다.

투자는 선제적이어야 한다. 꼭 필요한 곳을 미리 파악해 과감하게 쓰는게 제대로 된 투자다. 제일기획 시대 이후 삼성의 투자는 사후적이고, 땜방식이었고, 찔끔 투자였다. 돈을 제대로 썼다고 할 수 없다.

이유가 있다. 투자 주체가 더 이상 스포츠 제일주의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판을 뒤흔든 과감한 투자로 한때 타팀의 부러움을 샀던 삼성은 제일기획 시대 이후 살림살이를 확 줄였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는 이미 옛 추억이 된지 오래다. 돈 걱정 때문에 최선 대신 차선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최선을 외면하고 차선부터 살피면 결과는 뻔하다. 삼성이 꼭 그랬다.

방향성 없는 고효율은 독이다

'저비용 고효율' 기조라지만 어느새 '고효율'은 사라지고 무조건적인 '저비용' 외치기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가성비 조차 챙기지 못한 채 효과는 흐지부지 흩어져 버렸다. 시행착오를 겪는 사이 명가였던 삼성은 어느덧 아주 평범한 구단으로 전락했다. 벌써 4년째, 더 길어지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는 왕조와 명가의 DNA마저 완전히 사라진다.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했다. 그 오만하리만큼 강한 자존심이 한국 경제 뿐 아니라 스포츠의 발전을 견인한 동력이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제일주의'와 IOC위원을 역임한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스포츠 사랑 속에 체육계에 큰 규모의 실질적 투자가 이뤄졌다. 라이온즈도 그렇게 뿌려진 씨앗을 하나씩 거두며 21세기 최고의 프로야구단을 구축했다. 특히 2010년대 초·중반 라이온즈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실상부한 왕조였다.

미래를 향한 길목에 서있는 라이온즈는 현재 이도 저도 아니다. 확실한 리빌딩 구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승 컨텐더도 아니다. 적당한 리빌딩 속에 운 좋으면 가을잔치나 나가볼까 하는 정도다. 없는 살림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꿸 구슬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 외국인 투수는 수년째 불확실성 투성이다. FA시장에서 푸대접 받았던 베테랑 윤성환과 고졸 새내기 원태인마저 없었다면 선발진은 아찔할 정도다.

구단주님 팬들 목소리를 들으세요

2019년 라이온즈 궁극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3년간 실패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일까. 모자라는 전력으로 기적을 이뤄 숙원인 가을잔치에 가면 과연 우승을 다툴 수 있을까.

더 근본적 질문을 던져 보자. 현재의 투자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삼성은 우승을 다툴 전력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 만한 의지는 있는 것일까.

프로구단의 운영 목표는 무엇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단 야구단 뿐 아니라 농구, 배구, 축구단 등 현재 제일기획이 관할하는 모든 프로구단의 현실은 현상유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직의 목표가 현상유지여서는 안된다. 발전이 없는 프로스포츠단은 무책임한 방치일 뿐이다. 의지가 없다면 일찌감치 매각 등 제3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편이 낫다.

어느덧 어색해진 '최강 삼성'이란 구호. 지금부터라도 '왕조 재건'을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오랜 세월 삼성이 쌓아온 영광과 유산의 금자탑에 먹칠을 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제일기획,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 임대기 구단주가 답할 차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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