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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쳤느냐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실 전민수가 방출됐을 때 의아함을 표시한 야구인들이 많았다. 확실한 1군 선수는 아니어도, 날카로운 타격 실력으로 인해 1, 2군을 오가며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 특히, 모처럼 만에 눈빛에서 독기가 느껴지는 스타일의 선수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잘 풀리다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올해는 거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방출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민수는 "사실 방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 다른 팀 선수들도 의아해했다. 최근 이런저런 사고가 많다 보니, 나보고 사고 쳤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내 경쟁력이 부족해 방출됐다고 생각한다. KT에서 3년을 뛰며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 기회를 내가 못잡았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조바심이 났었다"고 밝혔다.
전민수는 내년이면 서른살이 된다. 히어로즈 시절 방출 된 후 어렵게 KT에서 기회를 잡았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전민수는 "넥센에서 나올 때와 느낌이 달랐다. 이제 나이가 서른살인데,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나 생각했다. 계속 1군과 2군을 오가는 상황에도 지쳤었다"고 말하며 "나이가 많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내 나이 잘하는 선수들은 최전성기이지 않나.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KT 방출 소식이 알려진 후 몇몇 구단에서 전민수에게 관심을 보였다. KT 운영팀도 방출은 결정했지만 이 팀, 저 팀에서 문의가 오니 포기하지 말고 운동을 하라며 전민수를 독려했다. 그런 가운데 LG가 전민수에게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표시했고, 결국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전민수는 "LG 선수가 된 건 영광이다. LG는 가장 인기있는 팀 아닌가. 마음을 더 굳게 먹게 된다.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하며 "개인적으로 잠실구장에서 좋은 플레이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초-중-고 모두 서울 학교 출신이라 내가 LG에서 뛰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LG 선수가 됐다는 게 마냥 좋을 뿐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내 모든 걸 바쳐 뛰어보겠다"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