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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 심상치 않다. 과열된 '쩐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의 몸값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양의지라도, 영입 경쟁팀이 없으면 몸값은 치솟지 않는다. 원소속팀 두산은 양의지를 꼭 붙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돈을 쓸 분위기까지는 아니다. 이럴 때 다른 팀이 붙어줘야 하는데, 스포츠조선의 취재 결과 대부분의 팀들이 거액 지불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다. 입장을 유보한 팀은 한화 이글스 정도. 경쟁팀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몸값도 내려간다.
양의지가 이런 상황이기에, 더 나은 조건 속에 팀을 고를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어 보인다. 또 다른 최대어로 꼽히는 SK 와이번스 최 정도 약점이 있다. 홈런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타율이 아쉽고, 인천SK행복드림구장 외 다른 넓은 구장에서 그만큼 홈런을 쳐낼 수 있을 지도 구단들이 의문 부호를 붙일 수 있다. 3루수가 없는 팀은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정도인데 두 팀은 FA 영입 의사가 거의 없다. SK 프랜차이즈 스타 색이 너무 강한 것도 최 정의 잔류 가능성을 높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FA 상한액 제도를 도입하려 노력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로 올시즌 도입은 무산됐지만, 그 움직임 자체에 의미가 있다. 프로 구단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고 세상에 알린 것이다. 규정상 제한은 없지만, 구단들 사이에 서로 '치킨게임'을 하지 말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번 비시즌에는 FA든, 외국인 선수든 거품을 꼭 빼자는 구단들의 의지가 강한 가운데, 양치기 소년 구단이 나올 확률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 사실 프로 구단들이 이런 공감대를 형성한 건 수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꼭 성적에 목이 마른 1~2팀이 매년 돌아가며 FA 선수에 거액을 쏟아부어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분위기가 예년과 확실히 다르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선수들의 시장가가 내려가면, 없던 욕심이 생겨 영입전에 달려들 수 있고 그러다 또 몸값이 오른다.
과연, 이번 FA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항수 십수년 간 프로야구단 운영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