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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상대전적 편차, 두산의 강함은 '거품'이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1-12 08:41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SK와의 두산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대7로 패배한 두산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04/

많은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만큼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2위 SK 와이번스를 무려 14.5경기로 따돌리며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따냈다. 144경기에서 93승51패를 기록해 2016년 자신들이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어우두'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던 건 이런 성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여유있게 상대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정규시즌 때의 압도적인 강함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린드블럼이나 후랭코프, 이용찬 등 선발진에 함덕주 이영하 김승회 등 불펜진은 어느 정도 제 몫은 해주고 있다. 대신 타자들이 극도로 부진하다. 특히 실책과 병살타가 SK에 비해 많이 나오고 있다. 5차전까지 두산은 SK보다 3개 더 많은 7개의 실책을 범했다. 또 SK가 병살타를 1개 밖에 기록하지 않은 데 반해 두산 타선은 5개나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2승3패로 밀렸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규시즌 이후 너무 길었던 휴식에 따른 경기력 저하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두산의 진짜 실력일 수도 있다. 압도적인 정규시즌의 성적이면에 있던 실체가 사생결단의 진짜 승부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압도적이었던 정규시즌 성적에는 일종의 '거품'이 끼어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8 KBO 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3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포토타임을 갖는 양팀 선수단의 모습.
이날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는 정규시즌 1위 팀인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과 이용찬, 정수빈이 SK 와이번스는 힐만 감독과 김광현, 김강민이 참석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03/
이런 의혹은 두산의 정규시즌 타 팀별 상대전적을 볼 때 더욱 커진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2~5위 상위팀(SK, 한화, 넥센, KIA)을 상대로는 정확히 5할 승률에 머물렀다. 공교롭게도 4개 팀과의 상대전적이 똑같이 '8승 8패'였다. 이 상위 4개 팀을 상대로는 승패 마진이 '0'이다.

대신 하위권 팀들은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LG를 상대로 15승1패를 기록한 게 정규시즌 1위에 가장 큰 힘이 됐다. 롯데를 상대로도 13승3패, NC와 삼성을 상대로는 12승4패를 기록했다. 이들 4개팀을 상대로 뽑아낸 승패 마진만 무려 '+40승'이었다.

이런 상대전적의 극심한 편차와 한국시리즈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산의 실력. 두 요소를 함께 놓고 생각해보면 하나의 가설이 만들어진다. 두산이 어쩌면 '온실 속 화초'처럼 정규시즌을 보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자들과의 혈전 속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선 게 아니라 약한 상대로부터 축적한 승리를 바탕으로 영광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이 같은 가설은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 두산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 6, 7차전을 모조리 따내고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면 된다. 그렇다면 5차전까지의 부진은 잠시간의 방심이나 컨디션 난조로 이해할 수 있다. 과연 두산은 스스로의 강함을 입증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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