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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대체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의 올 시즌 연봉은 고작 9만달러(한화 약 1억264만5000원)에 불과하다. 계약금(1만달러)까지 합친 총액도 10만달러에 그친다. 그도 그럴 것이 샌즈는 지난 8월 초에야 팀에 합류한 대체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약도는 마치 100만달러 외국인 선수 같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샌즈(모래)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 때도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0-0이던 4회말 결승 투런포를 날려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선수를 보는 고 단장과 장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샌즈는 초반 적응기에 다소 부진했지만, 9월 하순 들어 무서운 홈런 생산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슬럼프를 벗어나 타격 상승 무드에 접어든 타이밍이 대단히 절묘했다. 지난 9월 26일 잠실 두산전부터 10월 13일 대구 삼성전까지 8경기에서 무려 9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보여주며 '가을 폭풍'을 예고했다. 이 기간에 타율도 무려 4할4푼7리에 달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완벽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셈이다.
결국 이런 무서운 타격 상승 흐름은 포스트시즌에도 내내 이어졌다. 샌즈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데일리 MVP에 올라 '모래 폭풍'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홈런 없이 타율 2할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SK를 상대로 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다시 홈런 포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8로 뒤지던 7회초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린 샌즈는 4차전에서 0-0으로 맞선 4회말 1사 1루 때 SK 선발 문승원을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 덕분에 넥센은 4대2로 4차전을 따냈다. 초반 2연패로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2연승으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당연히 이날 데일리 MVP도 4타수 4안타(1홈런)로 맹활약한 샌즈의 몫이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벌써 두 번째 MVP 수상이다.
한국시리즈 티켓이 걸린 플레이오프의 향방은 이제 11월2일 인천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판가름난다. 샌즈의 활약 덕분에 2연승을 거둔 넥센은 기세가 한껏 올랐다. 과연 샌즈가 일으키는 '모래 폭풍'이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인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