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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He스토리]"두고보라"던 그 약속, 한현희는 결국 지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0-30 21:50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한현희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0.30/

지난 26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의 일이다. 넥센 히어로즈 대표선수 중 한 명으로 참석한 투수 한현희는 갑자기 속이 타는지 테이블 위에 놓인 물을 연신 들이겼다.

역시 SK 와이번스 대표선수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경남고 선배 한동민이 "올해 내 홈런에 한현희가 많이 일조해줬다. 고교 후배지만 봐주지 않겠다"고 한 뒤였다. 이를 계기로 한현희의 승부욕은 크게 고조됐다.

그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한현희는 공언했다. 앞선 포스트시즌 등판 때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 "그때는 그때고, 다음 경기 때 보면 아실 것"이라며 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공언을 했다. 그 말을 하는 한현희의 얼굴에는 투지와 오기가 함께 엿보였다.

한현희가 자신이 한 약속을 끝내 지켜냈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 선발 등판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희망의 '1승'을 이끌어냈다. 한현희는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앞서 넥센은 시리즈 전적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여 있었다.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30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사진은 플레이오프 3차전 MVP 넥센 한현희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8.10.30/
3차전마저 지면 그대로 포스트시즌을 마감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한현희가 호언장담을 지키기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의 무대는 없었다. 그리고 한현희는 자신의 말에 걸맞는 호투를 했다. 선발 승리요건을 채운 5⅓이닝 6안타(2홈런) 1사구 7삼진 2실점. 비록 퀄리티스타트를 하지는 못했지만, 6회 1사까지 매우 안정적으로 던졌다. 솔로홈런 2방으로 2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 등판 때 무려 6개나 내준 4사구가 이날 단 한 개에 그쳤다는 점이 놀라웠다.

앞서 한현희는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는 불펜으로 나왔고, 20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준플레이오프 때는 2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선발 제이크 브리검에 이어 7회에 등판했지만, 나오자마자 2루타-안타로 1점을 내주고 곧바로 교체됐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도 3이닝 만에 4사구를 무려 6개나 허용하며 3실점을 기록했다. 한현희가 미디어데이 때 "다음 경기를 두고 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진을 뒤로한 채 마음을 다잡은 한현희는 이날 SK 타선을 상대로 초반부터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했다. 최고구속 148㎞를 기록했고, 전반적으로 제구가 안정돼 있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낸 한현희는 2회초 SK 선두타자 제이미 로맥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로맥이 한현희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26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 그랜드오스티엄에서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SK 와이번스 힐만 감독, 박종훈, 한동민 선수와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한현희, 임병욱 선수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PO 1차전은 10월 27일 오후 2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한현희.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26/
이후 한현희는 박정권을 삼진으로 잡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다음타자 이재원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김동엽과 강승호를 삼진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3회와 4회는 연속 삼자범퇴였다. 압권은 2-1로 앞선 4회초였다. 최 정-로맥-박정권의 SK 클린업트리오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넥센 팬들은 한현희의 압도적인 호투에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5회초 2사 후 또 실투를 했다. SK 8번 강승호에게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4구째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리면서 좌월 동점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박승욱에게도 장타를 맞았으나 수비진이 2루를 오버런 한 박승욱을 잡아내며 한현희를 도왔다.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면서 힘이 빠진 한현희는 아쉽게 6회를 채우지 못했다.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한동민을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최 정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줬다. 배트가 부러졌지만, 타구가 운 좋게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이어 한현희는 로맥과 몸쪽 승부를 하다 사구를 내줘 1사 만루에 몰렸다.

결국 넥센 벤치는 위기 상황이 되자 한현희를 내리고 오주원을 올렸다. 오주원이 대타 정의윤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친 덕분에 한현희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한현희에게 넥센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넥센은 한현희의 호투를 바탕으로 3대2로 이기며 시리즈 희망을 갖게 됐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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