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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연속 번트실패, 그래도 김재현을 탓할 수 없는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0-30 12:31


2018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3루서 넥센 김재현이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0.23/

넥센 히어로즈는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이전까지 특징이었던 패기와 긍정적 에너지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특히 공격에서 흐름이 계속 끊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때로는 강공으로 때로는 희생번트나 스퀴즈 번트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던 모습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다. 특히 1, 2차전에서 나온 9번 김재현의 연속 번트 실패가 뼈아팠다. 그러나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넥센의 안방마님 김재현을 탓할 순 없다. 그가 올 시즌 내내 보여준 기여도나 자기 희생이 실수의 데미지를 만회하고도 넘친다.

김재현은 올 시즌,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통해 자신의 진짜 가치를 널리 입증한 대표적 인물이다. 올 시즌전까지는 팀의 백업 포수로 별로 인지도가 크지 않았다. '공을 잘 잡아주는 괜찮은 수준의 수비형 포수'가 김재현에 대한 평가였다. 2012년 8라운드(전체 76순위)로 입단해 올해로 프로 7년차인데 연봉이 5000만원에 불과하다. 1군 무대에서 올라온 건 입단 4년째인 지난 2015년부터, 하지만 지난해까지 3년간 단 한번도 100경기 이상 소화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김재현은 올해 초반 팀이 큰 악재를 만났을 때 그 데미지를 최소화 시켜주며 인지도를 높였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지난 5월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시즌 아웃된 빈자리에 들어가 자신의 숨은 진가를 널리 알렸다. 116경기에 나와 타율은 2할2푼8리(202타수 46안타)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믿음직한 안방마님'의 되어줬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원래 우리 팀에서 포수에게는 타격보다는 수비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현은 그런 면에서 정말 고마운 선수다. 그가 아니었으면 팀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평균 타율은 높지 않아도 김재현은 종종 결정적 타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곤 했다. 또한 번트 등 작전소화 능력도 뛰어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는 KIA 양현종을 상대로 위장번트(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를 성공했다.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순간적으로 자세를 바꿔 타격을 하는 어려운 기술이다. 김재현은 이 힘든 타격을 성공하며 양현종을 무너트리는 데 앞장섰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도 벤치의 지시가 안나왔음에도 3루 주루코치, 주자 임병욱 등과 자발적으로 사인을 맞춰 스퀴즈 번트를 성공하기도 했다. 넥센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 큰 힘이 돼줬다. 그러나 거의 전경기 선발 출장하면서 체력 소모도 함께 커졌다. 이런 상황에 SK 김광현이나 켈리 등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번트를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해온 것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 하다.

이제 김재현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마스크를 쓴다. 벼랑 끝에서 치르는 3차전을 위해서다.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는 김재현이 3차전에서 다시 인상적인 팀 배팅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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