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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들이 버티지 못했다면 두산 베어스의 정규 시즌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산은 시즌 개막전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장원준-유희관-이용찬으로 5선발 체제를 꾸렸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린드블럼은 롯데에서 뛰던 시절보다, 투수친화형 잠실구장을 사용하면서 더욱 안정감을 높였다. 올 시즌 15승4패로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1위,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시 6이닝 3자책 이하 기록) 21회로 전체 1위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18승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쥔 후랭코프도 이닝 소화력은 조금 아쉬울지 몰라도, 경기 운영 능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전반기 장원준, 유희관 등 국내 선발 투수들이 부진했어도 두산이 흔들림 없이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이용찬과 이영하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이용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6년만에 선발 투수로 복귀했다. 2012년 선발로 10승(11패)을 거뒀던 이용찬은 이후 두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불펜으로만 뛰었다. 그래서 올 시즌 선발 재전환을 두고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에서 규정 이닝을 채우면서 15승3패 평균자책점 3.63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점이자, 승률 2위(0.833)에 해당한다.
또 이영하도 마지막 경기인 14일 롯데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기어이 시즌 10승을 채웠다. 지난 8월 16일부터 등판한 7경기에서 한번도 패전 없이 5연승으로 기분 좋게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 장원준과 유희관이 깊은 부진에 빠지면서 대체 카드로 나선 선수가 이영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았다. 후반기들어 더욱 안정감이 생기면서, 5선발 이상의 몫을 해냈다.
유희관의 10승도 가치가 있었다.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으면서 거둔 '인고의 10승'이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 친 스스로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이로써 두산은 해태 타이거즈(1992,1993년)와 현대 유니콘스(1998년), 삼성 라이온즈(2015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한 시즌 10승 투수 5명을 배출했다. 두산은 리그 최강의 야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지만,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강팀이 된 원동력은 결국 탄탄한 선발 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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